택시업계에서 시행되고 있는 운전자격제도가 오는 8월부터 버스업계에도 적용된다. 버스운전자의 전문성 확보와 자질 향상을 통해 안전사고를 줄이고, 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는 취지다.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 강한 처벌제도가 병행된다. 노동계는 "운전자격제도가 정해진 노선을 운행하는 버스업계의 현실에 맞지 않고,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가중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13일 버스업계에 따르면 8월부터 시내·시외버스와 고속버스·전세버스 등 사업용 버스를 운전하고자 하는 사람은 이미 시행 중인 운전적성 정밀검사와 새로 시행되는 버스운전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다만 기존 버스 운전업무 종사자는 법률 시행일 6개월 이내에 교통안전공단에 신고하면 시험 없이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국토해양부는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을 개정할 방침이다.

시행규칙안에 따르면 운행 중 과태료 처분을 받은 운전자가 동일한 위반행위를 한 경우나 교통사고로 사상자가 발생한 경우 자격정지 또는 자격취소의 처분을 받게 된다. 이와 관련해 한국노총 소속 자동차노조연맹(위원장 김주익)은 최근 전국시도대표자회의를 열어 “정부가 법 개정과 제도 도입을 강행할 경우 전국적인 승무거부에 돌입하겠다”고 결의했다.

연맹은 “택시와 달리 정해진 노선을 따르는 버스의 운행여건은 배차운행시간·교통신호·도로 혼잡도·불법 주정차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지고, 교통사고의 원인 대부분도 취약한 도로시설과 장시간 운전 같은 구조적 문제”라며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채 운전자격제도를 도입하고 과도한 벌칙규정을 신설하는 것은 버스 노동자의 현실을 무시한 처벌만능주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연맹은 시행규칙안의 처벌 내용이 지방자치단체나 버스 사업자들이 시행하는 처벌과 중복되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연맹은 “자치단체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버스 사업자들은 서비스평가 점수를 높이기 위해 각종 안전조치를 강조하고, 버스 기사들이 이를 위반해 과태료 처분을 받으면 시말서 제출이나 승무정지 같은 각종 처벌을 가하고 있다”며 “이도 모자라 이중 삼중의 과잉 처벌이 가해질 경우 임금손실과 해고의 위협이 동반된다”고 우려했다.

연맹은 이달 24일 열리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운전자격제도 도입과 처벌강화에 따른 대응책을 모색한다. 연맹 관계자는 “처벌제도 도입에 앞서 배차운행시간 현실화와 불법 주정차 근절, 버스전용차로 확대 등의 조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가 무리하게 제도 도입을 강행할 경우 전국적인 승무거부를 포함한 특단의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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