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미 기자

4·11 총선 때에 비하면 통합진보당 지지율은 떨어졌겠지만 인지도는 훨씬 올라갔을 것이다. 이제 통합진보당을 모르는 국민을 없을 듯하다. '진보통합당'으로 오기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메이저·마이너, 보수·진보, 방송·신문을 막론하고 이렇게 통합진보당 기사가, 아니 진보정당에 관한 기사가 많이 나온 시기가 또 있을까 싶다.

요즘 통합진보당을 바라보는 시선은 '안타까움'으로 압축된다. 이제 관심은 비례대표 부정선거 의혹 자체가 아니라 이에 대처하는 당내 갈등으로 모아지고 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총체적 부실·부정선거'로 규정했지만 소위 말하는 당권파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당권파는 진상조사위가 거론한 사례를 하나하나 반박하고 있다.

총체적인 진실규명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미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선출 과정은 문제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정치적인 책임을 지고 쇄신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갑론을박하는 진흙탕 싸움이 아니다. 당권파는 가장 정치적이어야 할 순간에 정치적이지 못하면서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거듭나겠다던 약속을 저버린 것 같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이정희 공동대표의 공청회를 두고 "우리는 광우병 소가 위험하다고 주장하는데, 소의 어떤 부위는 안전하고, 어떤 부위는 안전하지 않다. 20개월 된 소는 괜찮고 30개월 된 소는 괜찮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반문했다. 한 기자는 김선동 의원의 "투표용지의 풀이 다시 살아났다"는 발언에 대해 "얼핏 듣고 김수영 시인의 시 '풀'처럼 풀이 다시 살아났다는 말을 하는 줄 알았다"며 황당해했다. 김 의원은 이후 "붙어 있는 용지의 접힌 부분이 같은지 아닌지의 여부에 따라 용지들이 붙은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표현이었다"며 해명했지만, 통합진보당은 진보진영에서마저 냉소의 대상이 돼 가고 있다.

민주노총은 11일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입장을 내놓는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이미 몇 차례에 걸쳐 고강도 쇄신을 요구했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다. '노동 없는 진보정당'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이미 해체됐다던 특정 정파는 이번 사태를 통해 조직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역설적으로 '특정 정파는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 줬다. 통합진보당은 지금 '대중적 진보정당' 길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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