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다수의 사회적 합의기구가 식물로 전락하는 중에도 최저임금위원회는 그나마 대화틀을 유지해 왔다. 최저임금 제도는 그간 굴곡은 있었지만 저임금 노동과 근로빈곤 해소에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제도 도입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달 24일 고용노동부는 제9기 최저임금위를 구성했다. 일반인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국민노총(노조법상 총연맹으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해 법률적 이견이 있지만 이 글에서는 이해를 위해 그대로 사용한다) 출신 인사를 근로자위원으로 위촉했다. 직전까지 근로자위원은 9명으로 모두 양대 노총(한국노총 5명, 민주노총 4명)이 추천하면 장관이 제청하는 방식이었다. 이번에도 노동부는 양대 노총에 근로자위원을 추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럼에도 아무런 예고도 없이 한국노총측 추천자 1인을 배제하고 대신 국민노총 1인을 제청한 것이다.

공익위원 구성에 있어서도 공익위원의 자격을 정한 최저임금법과 시행령에 부합하는지 논란이 많다. 국민노총 몫으로 제청된 자의 자격을 보자. 최저임금위의 근로자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총연합단체인 노동조합에서 추천한 사람 중에 장관이 제청하도록 최저임금법(시행령 제12조 제3항)으로 정해져 있다. 그렇다면 국민노총이 총연맹의 지위를 갖춰야 하고 국민노총이 최저임금 수준의 노동자들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과연 그런가. 국민노총은 여타 노동계 어느 누구로부터도 총연합단체인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형식상 설립신고증은 교부받았으나 노조법에서 정한 실질적인 총연맹 요건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국민노총은 올해 2월 자체 집계 결과 약 4만명의 조합원이 가입돼 있다고 주장한다. 그대로 인정하더라도 이 정도 규모를 두고 과연 ‘산업별 연합단체 또는 전국규모의 사업별 단위노동조합을 구성원으로 하는 총연합단체’로 볼 수 있을까. 고작 3개의 산별노조와 5개의 연맹이란다. 20개에 가까운 연맹체와 수십만명에 이르는 한국노총·민주노총에 견줄 수도 없는 수준이다. 일부 의견이지만 실제 조합원이 2만명에도 못 미친다는 주장도 있다.

아직도 국민노총 설립에 대한 법률적 다툼이 남아 있다. 잘 알려져 있지만 국민노총의 주축은 서울메트로노조다. 민주노총에 속해 있던 서울메트로노조가 탈퇴 결의를 하고 국민노총에 가입했는데, “의결정족수에 하자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과 법원의 판결이다. 최종심을 남겨 두고 있지만 하급심 사법부의 판단이 엄연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노동부는 설립신고증 교부는 어쩔 수 없었더라도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 제청과 같은 중요한 결정은 유보했어야 한다.

참고로 국민노총 몫으로 추천받은 자가 바로 서울메트로노조 조합원 출신이다. 탈퇴 결의가 무효로 된다면 서울메트로노조는 민주노총에서 의무와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이 얼마나 웃지 못할 광경인가.

위와 같은 법률적인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표성이다. 국민노총이 과연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대변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그동안 최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국민노총의 활동은 전무하다.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해 두자. 앞으로는 어떨까. 적어도 국민노총은 구성원들을 공개해야 한다. 소속 조합원들이 최저임금과 거리가 있거나 최저임금 수준의 조합원들이 극소수에 불과하다면 대표성을 인정하기 어렵지 않겠는가. 이 같은 대표성에 관한 엄격한 잣대는 양대 노총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공익위원 선정기준에 대한 의견도 더해 본다. 아직까지도 최저임금제도 자체에 대한 찬반 논란이 존재한다. 하지만 순기능 목소리가 점점 더 힘을 얻을 것임은 분명하다. 노동과 복지가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주요 책임은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최저임금 정책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전체적으로 5%에 미치지 못하는 인상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매번 “중소기업 부담”을 내세웠다. 최저임금 제도에 대한 정부 인식의 한계를 엿볼 수 있다.

생각건대 최저임금제도는 중소기업과 최저임금 노동자 양측의 임금협상 제도가 아니다. 정부가 중소기업측 대리인이 아니며 근로자위원이 노측 교섭위원도 아니다. 얼마를 더 깎고 말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공익위원에 대한 자격기준도 명확하다. 최저임금 제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식견을 가진 공익위원들이 필요하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94kimhy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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