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이 노동계가 빠진 상태에서 심의·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양대 노총은 지난달 27일 오전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에 불참한 데 이어 4일 열리는 최저임금위 임시전원회의에도 불참하기로 했다.

양대 노총은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이명박 대통령과 이채필 고용노동부장관을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다고 3일 밝혔다. 정부가 2001년 비준한 ILO 협약 제131호(최저임금결정 협약) 제4조는 공익위원 위촉과 관련해 ‘대표성이 있는 관련 사용자단체 및 노동자단체’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지명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노동부는 노사단체와 협의 없이 8명(이미 임명된 1명 제외)의 공익위원을 새로 위촉했다.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양대 노총은 같은 시각 열리는 최저임금위 임시전원회의에 불참한다. 노동부가 노동계와 협의 없이 기존 한국노총 몫의 근로자위원 자리를 줄여 국민노총에 배정하자 양대 노총은 회의 불참을 선택했다. 양대 노총은 노동부와의 연계설로 설립 이전부터 자주성 논란을 빚은 국민노총의 참여가 노·사·공익 3자 협의체인 최저임금위의 논의구조를 왜곡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노총은 한발 더 나아가 현재 참여하고 있는 각종 정부위원회 전면 불참까지 고려하고 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실장은 “정부가 노골적으로 한국노총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노총이 정부위원회에 참여한들 들러리에 불과할 것”이라며 “한국노총 임원진이 정부위원회 참여 여부를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의결은 사용자위원과 공익위원만의 의견으로 결정될 상황에 처했다. 최저임금위는 노사 위원 각 3명 이상을 포함한 전체 위원 과반수 참석에 과반수 찬성으로 안건을 심의·의결한다. 하지만 노사 위원들이 2회 이상 회의참석 요구를 받고도 출석하지 않으면, 노사 위원 각 3명이 참석하지 않더라도 전체 위원 과반수 참석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다. 경영계가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최저임금 노동자의 피해가 우려된다.

이와 관련해 6월 개원하는 19대 국회에서 최저임금제도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제기될 전망이다. 양대 노총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정치권과 함께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의 입김을 받는 지금의 최저임금위는 정치적 기구에 불과하다는 것이 노동계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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