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소속 최봉홍(69) 항운노련 위원장이 20일 새누리당 비례대표 16번에 배정됐다. 당선 안정권이다. 최 위원장은 한국노총 현 집행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운수물류총련의 의장을 맡고 있다.

새누리당에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한 한국노총 출신 인사는 장석춘 전 한국노총 위원장과 유재섭 전 한국노총 수석부위원장·최봉홍 항운노련 위원장 등 3명이다. 2명의 전직 임원들이 공개적으로 비례대표 신청을 마친 데 반해 현직 산별연맹 위원장인 최 위원장은 비공개로 비례신청을 한 뒤 소리 없는 행보를 보였다.

당초 언론은 장 전 위원장을 주목했다. 장 전 위원장이 노동부문 비례대표로 비중 있게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최 위원장을 택했다. 새누리당은 최 위원장이 운수물류총련 소속 산별연맹 위원장들을 비롯해 한국노총 내 보수파를 결집시킬 수 있는 적임자라고 본 것이다.

이 같은 기류는 비례대표 발표 하루 전인 지난 19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최 위원장 등과 오찬간담회를 가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날 자리에는 운수물류총련 소속 산별위원장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의 당직 겸직을 문제 삼으며 지난달 28일 정기대의원대회 보이콧을 결의했던 산별위원장 대부분이 이날 자리에 함께했다. 사실상 최 위원장의 비례 배정이 내정된 상태에서 새누리당과 한국노총 보수파가 결속을 다지는 자리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장 전 위원장의 비례 탈락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장 전 위원장은 임태희 전 노동부장관 등과의 노사정 합의로 노조법 개정을 주도한 인물이다. 대표적인 ‘친이계’ 인사인 임 전 장관과 장 전 위원장의 인연이 장 전 위원장을 낙마시킨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어찌 됐든 이날 비례 공천 결과 한국노총 집행부와 대립각을 세워 온 일부 산별연맹 위원장들이 새누리당과의 랑데부를 지속해 왔다는 점이 확인됐다.

한국노총 집행부는 민주통합당을, 한국노총 보수파는 새누리당을 각각 지지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28일 정기대의원대회 무산사태로 불거진 한국노총의 내분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노총 집행부가 조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민주통합당 당원 확대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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