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에 대한 영업비밀 적용 제한 방안은 종전보다 개선된 대책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노동부가 발표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및 시행령 개정안은 사측이 작성한 영업비밀이 기밀에 해당하는지를 합리적으로 판단해 감독하는 것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제도를 통해 화학물질을 다루는 노동자들이 해당 물질에 대한 위험성을 알고 취급할 수 있도록 사측이 공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주가 MSDS 작성시 영업비밀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화학물질의 경우 정보를 기재하지 않는다. 영업비밀을 정하는 기준도 없어 현재 산업현장에서 사용되는 수많은 화학물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노동계에서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제도가 유명무실해 노동자의 건강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2009년 연구보고서 ‘물질안전보건자료의 영업비밀 적용실태 조사 및 개선연구’에 따르면 사업장 73곳에 비치된 MSDS 8만3천832종 중 영업비밀이 적용된 경우는 3만8천151종으로 45.5%에 달했다.

선진국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노동계에 따르면 캐나다는 화학물질 공급자와 사업주가 영업비밀을 적용하고자 할 경우 관계당국에 이를 신청해야 한다. 이후 별도의 심사기구인 '유해물질정보심사위원회'가 타당성을 검토해 영업비밀 해당 여부를 결정한다.

미국은 응급처치 또는 산업보건상 필요시 관계자의 요청에 의해 화학물질 제조 수입자 사업주가 해당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정보제공 거부시 산업안전보건청(OSHA)에 의한 중재절차를 거쳐야 한다.

노동계는 노동부가 발표한 이번 개정안에 대해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다만 제도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노동부가 제시한 ‘합리적인 기준’에 대한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조기홍 한국노총 안전보건연구소 국장은 "사측이 임의로 영업비밀을 남발 할 수 있는 기존 환경에 비하면 진일보한 대책이 제시됐다"며 "개정안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합리적 기준'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국장은 장기적으로는 영업비밀 판단을 위한 전문적인 심사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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