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사내하도급 사용을 불법파견으로 인정한 법원의 판결이 이어지면서 사내하도급 사용에 대한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제조업 사내하도급 문제를 둘러싼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우리나라의 고용경직성이 높은가 낮은가. 둘째, 외국은 어떤가.

경영계는 “우리나라의 고용경직성이 지나치게 높아 제조업 파견이 금지돼 있어 사내하도급 활용이 불가피한 반면, 선진국 대부분이 유연하게 사내하도급과 파견을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해 왔다. 관련 규제를 완화해 세계적 흐름을 따르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의 실태는 어떨까. <매일노동뉴스>가 10일 입수한 고용노동부의 ‘외국의 사내하도급·파견 현황 및 제도 실태조사’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사내하도급 관련 글로벌 트렌드는 경영계의 주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보고서는 노동부가 고려대 산학협력단(책임연구원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 의뢰해 작성한 것이다. 연구팀은 독일 폭스바겐·프랑스 르노·일본 닛산 등 세계 주요 자동차 생산업체를 방문해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먼저 제조업 파견이 허용되고 있는 독일의 폭스바겐. 폭스바겐의 생산직 2만5천명 중 4천~5천명이 파견직이다. 폭스바겐은 ‘오토비전’이라는 종합인력서비스전문업체를 자회사로 두고 파견인력을 공급받는다. 보고서는 오토비전에 대해 “안정적으로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보고서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오토비전을 통해 파견되는 노동자들은 폭스바겐의 단체협약을 적용받는다. ‘동일임금 동일노동’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

인력파견 제도가 우리나라와 가장 흡사한 일본. ‘아키하바라 묻지마 살인사건’ 등을 계기로 파견 일자리에 대한 일본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고, 지난해 3월에는 제조업 파견을 금지하는 파견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닛산의 경우 최근 직접생산공정에 파견직 사용을 중지하고, 대신 유기계약근로자를 고용해 공정에 투입하고 있다. 법 개정에 앞서 기업들 스스로 간접고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연구팀이 다녀온 프랑스 르노의 경우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엄격한 법과 제도로 제조업 파견을 규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파견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최소화하고, 규제를 강화하며, 기업 스스로 간접고용을 줄여 나가려고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글로벌 트렌드라는 것이 정부 용역연구 결과 나타났다”며 “버티기로 일관하는 우리나라 재벌기업들이 이러한 세계적 추세를 정확하게 읽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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