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딸아이를 외교부에 특별채용했던 장관 아버지는 증인 자리에 나오질 않았다. "심리적 충격으로 인한 건강 문제"가 이유였다. "건강검진 예약", "훼손된 선영 대책 마련", "풍수지리 강의 수강" 등을 사유로 다른 여러 증인도 자릴 비웠다. 한데 이 자리, 대기업에 다니는 딸아이를 자랑스러워했던 아버지는 참고인 명패 앞에 두고 하염없던 공방을 오래도록 바라봤다. 따져 물을 힘이 그에겐 없었다. 짧은 시간 마이크 잡아 딸아이의 죽음을 복기할 의무만이 따랐다. 수백 번도 넘게 되뇌던 말이지만 아버진 오늘도 메모를 준비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황씨의 딸은 2007년, 스물셋 나이에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발병이, 또 죽음이 잇따랐다. 제보가 연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문제없다고 결론 내렸다. '통계적 유의미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는 말했다. 따가운 질책, 날카로운 질문 앞에 정부 책임자는 흔들림 없었다. 오랜 시간 자리 지키며 아버지, 다만 지켜볼 뿐이었다. 따져 물을 힘이 그에겐 없었다. 상대는 대기업이고 정부였다. 2년째 참고인 명패 앞 국정감사 자릴 참고 지켰다. 더 오래 거리를 누볐다. 딸아이의 죽음을 복기하는 그 짧은 발언시간이 간절했던 아버지의 '출석사유'가 국정감사장에 차고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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