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8월 도입된 고용허가제가 이달로 만 6년을 넘긴 가운데 이주노동자들이 여전히 차별과 폭언·폭력, 임금체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허가제를 대폭 개선하거나 노동허가제를 도입하자는 제도변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폭언·욕설·인권침해 심각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외노협)는 17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고용허가제 시행 6년 평가토론회’에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6개국 83명의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인권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생활 중 힘든 점으로 언어소통(29%)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장시간 근무(14%) 등 일이 힘들다는 답변도 33%에 달했다. 이주노동자들이 인권피해 경험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폭언과 욕설(40%)이었다.<그래프 1, 2 참조>



귀국 노동자 현지 정착에 어려움

외노협은 또 몽골과 필리핀 귀국이주노동자들의 현지실태를 조사한 결과도 발표했다. 몽골의 경우 한국에서 산업재해를 당한 21명의 이주노동자를 면접조사한 결과 산재보험 적용을 받은 이는 12명(57.1%)에 그쳤다. 외노협이 필리핀에서 귀국이주노동자를 면접조사한 결과 강제출국돼 급여의 절반만 받고 퇴직금도 못 받거나, 산재사고 뒤 장애가 발생해 재고용되지 못하고 귀국하는 등 다양한 사례가 확인됐다.
외노협은 “산업인력공단의 귀국지원프로그램이 막대한 예산에도 별다른 효과가 없는 등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며 “이주노동자들이 귀국 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용허가제, 이후의 진로는?

이에 따라 토론회에서는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노동허가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석원정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소장은 “고용허가제의 경우 올해 11월부터 5~6년간 허용된 취업기간을 만료하고 귀국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배출되면서 하나의 사이클을 완료했다”며 “이제는 제도변화를 모색하거나, 새로운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취업기간 3년과 재취업기간 3년 등 '3+3' 제도는 2004년 8월부터 2008년 입국한 이주노동자에게 해당되며, 지난해 제도 변경으로 '3+2' 제도가 도입됐다.

석 소장은 “오는 11월부터 발생할 귀국대상자들의 규모가 상당하며, 귀국 대상자 중 미등록 체류노동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고 숙련 노동자를 원하는 중소기업주의 반발도 거세질 것”이라며 “한국의 노동시장 현황을 볼 때 5년의 적응을 거친 이주노동자에게 취업자격을 부여해 주는 노동허가제를 병행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대표는 “저임금 외국인력 공급제도로 자리를 굳히고 있는 고용허가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자-노동자의 갈등을 표면화시킬 수밖에 없는 제도”라며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노동력 공급정책으로 방향을 틀어야 하며 궁극적으로 고용허가제를 대폭 보완해 숙련인력 도입 등 새로운 차원의 제도적 탈바꿈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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