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욕설·인권침해 심각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외노협)는 17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고용허가제 시행 6년 평가토론회’에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6개국 83명의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인권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생활 중 힘든 점으로 언어소통(29%)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장시간 근무(14%) 등 일이 힘들다는 답변도 33%에 달했다. 이주노동자들이 인권피해 경험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폭언과 욕설(40%)이었다.<그래프 1, 2 참조>
귀국 노동자 현지 정착에 어려움
외노협은 또 몽골과 필리핀 귀국이주노동자들의 현지실태를 조사한 결과도 발표했다. 몽골의 경우 한국에서 산업재해를 당한 21명의 이주노동자를 면접조사한 결과 산재보험 적용을 받은 이는 12명(57.1%)에 그쳤다. 외노협이 필리핀에서 귀국이주노동자를 면접조사한 결과 강제출국돼 급여의 절반만 받고 퇴직금도 못 받거나, 산재사고 뒤 장애가 발생해 재고용되지 못하고 귀국하는 등 다양한 사례가 확인됐다.
외노협은 “산업인력공단의 귀국지원프로그램이 막대한 예산에도 별다른 효과가 없는 등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며 “이주노동자들이 귀국 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용허가제, 이후의 진로는?
이에 따라 토론회에서는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노동허가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석원정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소장은 “고용허가제의 경우 올해 11월부터 5~6년간 허용된 취업기간을 만료하고 귀국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배출되면서 하나의 사이클을 완료했다”며 “이제는 제도변화를 모색하거나, 새로운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취업기간 3년과 재취업기간 3년 등 '3+3' 제도는 2004년 8월부터 2008년 입국한 이주노동자에게 해당되며, 지난해 제도 변경으로 '3+2' 제도가 도입됐다.
석 소장은 “오는 11월부터 발생할 귀국대상자들의 규모가 상당하며, 귀국 대상자 중 미등록 체류노동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고 숙련 노동자를 원하는 중소기업주의 반발도 거세질 것”이라며 “한국의 노동시장 현황을 볼 때 5년의 적응을 거친 이주노동자에게 취업자격을 부여해 주는 노동허가제를 병행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대표는 “저임금 외국인력 공급제도로 자리를 굳히고 있는 고용허가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자-노동자의 갈등을 표면화시킬 수밖에 없는 제도”라며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노동력 공급정책으로 방향을 틀어야 하며 궁극적으로 고용허가제를 대폭 보완해 숙련인력 도입 등 새로운 차원의 제도적 탈바꿈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