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는 임금체불이 되도, 몸이 아파도 사업장 이동이 어려워 노동권 침해와 미등록(불법체류)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시행된 지 6년이 된 외국인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인권연대는 16일 이주노동자의 49.6%가 '사업장 변경 과정이 어렵다'고 밝힌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반면 ‘사업장 변경 과정이 쉽다’는 응답은 10.1%에 그쳤다. 이 조사는 지난 달 12일부터 이달 7일까지 총 12개국 149명의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 조사는 17일 고용허가제 시행 6주년을 맞아 실시한 것이다.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한 사유(복수응답)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가 19.7%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국동료들의 폭언 등 어려움 때문’(14.2%), ‘임금체불 등 근로기준법 위반으로’(13.3%), ‘계약기간 만료’(12.4%), ‘질병이나 상해 등 일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9.2%)의 순으로 나타났다.

또 사업장 변경과정에서 어려움 중의 하나인 통역 문제를 공공기관에서 거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역 도움을 받은 곳은 ‘자국동료나 친지’가 33.7%로 가장 높았고 ‘이주노동자 지원단체’(31.7%)가 근소한 차로 뒤를 따랐다. 반면 ‘고용지원센터 등 공공기관’은 12.9%에 그쳤다.

이밖에 사업장 이동에서 실패한 경우 절반 이상인 55.3%는 ‘그냥 참고 일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무단이탈에 따른 미등록노동자가 된 경우도 10.5%로 나타났다.
한편 이주인권연대는 이 같은 내용의 실태조사 결과, 사업장 변경제한에 따른 노동권침해사례를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또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외노협)는 1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고용허가제 시행 6년 평가 토론회’를 개최한다.


[TIP] 고용허가제

기업이 적정규모의 외국인근로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고용허가제는 2004년 8월17일부터 시행됐다. 2007년 1월1일부터는 송출비리, 인권침해의 원인으로 지목되던 산업연수생제도가 폐지돼 고용허가제로 일원화된 바 있다. 이로 인해 송출비리가 과거보다 감소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사업장 이동제한으로 노동권 제한, 인권침해 등이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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