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 세차던 그 골목에 한여름 땡볕이 절절 끓었다. 지나던 자동차 매연은 숨을 턱턱 끊었다. 나무 그늘이, 담장에 빨갛고 노랗던 장미가 그나마 위안이었다. 낮은 곳에 속 비워 앉아 버티길 열여드레. 선생님 얼굴은 검붉었다. 말수는 줄었고, 이가 흔들, 숨이 자주 가빴다. 물과 소금, 감잎차가 그 곁의 전부였다. 단식은 이미 십수 번째. 고통 아닌 적 없었다지만 그땐 젊었다고. 소금 한 줌 털어 넣고 찡그리는데 주름이 시름처럼 깊었다. 말리는 사람 앞에 선생님은 말이 없다. 무기한이 무릇 그의 뜻이었다. 말없이 앉아 버텨 말하니 호소는 발 없이도 온 땅을 돌아 농성 깃발이 방방곡곡, 봉화처럼 이어 솟았다. 전교조를 지켜 달라, 서명판이 돌았고 지지회견이 잇따랐다. 다만, 거기선 징계 방침 말없이 버티던 정부가 징계 독촉 꼼수에 여념 없었다. 순리, 지독스레 굶어 호소한 선생님의 바람. 순풍에 돛단 듯 가는 고행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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