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촛불 하나, 늦은 밤 서울광장에서 다행히 밝아 청년의 얼굴이 어둠 속에 뚜렷하다. 한 손에 스마트폰, 애 닳던 그 밤의 속보는 트위터에 실시간이니 청년은 정보에 또 밝았다. 심판, 그것은 주인 된 자의 것이니 반성은 공복(公僕)의 일. 광장에 촛불이 야당을 연호하니 아침이슬은 재차 뒷산에 울어 맺혔던가. 오만·독선 따위 자주 시민들 입방아에 오르니 아니 이참엔 방아타령을. 방아 찧듯 물대포에 경찰봉에 쿵덕쿵덕 두들겨 맞은 그해 초여름 촛불이 여태 살아 도지니 불씨 참 끈덕지다.

살아 모여 태우니 열기가 후끈! 군함을 두 동강 낸 폭발에도 멀쩡한 ‘1번’을 촛불이 태워 없앴다. ‘매직’이라고 사람들은 환호했다. 짧았던 해방구, 다시 찾은 광장에 경찰은 안 보였다. 안보 바람에 안 보였던 진보·민주·평화가 대신 촛불에 선명했다. 강남 갔던 제비는 놀부에게 잡혔나, 박을 타지 못해 배고픈 사람들이 '박빙승부' 전전긍긍 뜬눈으로 새 아침을 맞았다. 대박의 꿈은 잠시 미뤘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