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자 해당 업체를 폐업한 현대중공업에 대해 대법원이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사내하청업체에 고용된 노동자라도 원청업체인 현대중이 이들의 작업 전반을 지휘·감독했다면 원청업체를 실제 사용자로 봐야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현대중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현대중에 사내하청노조의 활동을 침해하는 행위를 중단하도록 명령한 중노위의 행정처분이 정당하다는 것이다.

지난 2003년 8월 현대중 사내하청노조가 설립된 뒤 같은해 12월까지 노조 간부와 조합원이 속한 하청업체 7곳이 줄줄이 폐업했다. 이에 노조는 “하청업체의 폐업과 조합원들에 대한 해고는 원청업체인 현대중의 지배·개입하에 이뤄진 것”이라며 현대중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는 2005년 “현대중은 외형적으로 하청업체들과 통상적 도급계약 관계를 맺고 있지만 운영지원부 등을 통해 하청업체 노동자의 채용·근태관리·후생복지 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등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해 왔다”며 “하청업체들의 법인격 또는 사업적 독립성은 일정 부분 형해화된 상태이므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해 온 현대중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판정했다.
 
현대중은 중노위의 결정에 불복해 법정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결국 중노위의 판정이 옳았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현대중이 협력업체들의 폐업을 유도함으로써 협력업체 노조의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인정한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또 “사용자의 지배·개입이 사실행위로 이뤄져 원상회복은 곤란하지만 같은 행위가 장래 계속 반복될 가능성이 커 이를 금지하는 부작위명령을 내린 것은 적절한 구제방법”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근로계약 관계의 존재 여부를 중심으로 사용자의 지위를 파악한 기존 판례 경향과 대비되는 것이다.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재판부는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업체도 사내하청 노동자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한다면 노조법상 사용자이자 부당노동행위의 주체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며 “원청 사업주에 사내하청노조와 단체교섭을 벌일 의무가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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