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이명박의 지지율이 50%를 오간다고 한다. 이만하면 괜찮은 게 아닌가 하는 자랑이다. 국정수행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이 수준이면 역대 정권 누구와 비교해 봐도 그럴싸하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안타까운 것은 진보진영마저도 이러한 산술놀음의 뒤에 은폐된 진실에 대해 난타를 가하고 있지 못한 채 무기력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여론조사란 질문의 방식과 답하는 사람의 정보에 의해 좌우된다. 어떻게 묻는가에 따라 답이 달라지고, 그가 가지고 있는 정보의 내용과 정도에 따라 답의 성격은 변화하게 마련이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런 따위가 아니고, “동계 올림픽의 성과도 정권의 성과로 가로채는 정부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라든가, “용산참사 희생자와 그 유가족을 1년 동안 방치하고 괴롭힌 정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라고 했다면 어찌 됐을까. 그러고도 국정지지도 50%를 운운할 수 있을까.

정보 문제도 그렇다. 이명박 정권이 어떻게 했는가. KBS·MBC·YTN을 비롯해 미네르바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일체의 집회와 시위, 문제제기에 대해 말막음을 하고 일방적 홍보를 하는 식의 환경에서 제대로 된 정보가 일반 대중들에게 공유됐겠는가. 만일 '용산참사 특집 시리즈' 같은 것을 공중파가 일주일 넘게 집중적으로 만들어 틀었다면 여론의 상황은 어떻게 됐겠는가.

따라서 국정지지도 50%라는 것은 경주에서 남들 손발 다 묶어 놓고 자기 혼자 뛰면서 나 잘하지? 하고 너스레를 떠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정녕 자신이 있다면 지금까지 봉쇄한 일체의 언론방송과 여론의 비판, 문제제기를 모두 열어 놓고 한번 제대로 조사해 보시라. 질문 방식을 바꿔서 말이다.

이명박 정권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를 적대시하고 있다. 자기 입장과 자기논리 외에는 모두 불법으로 간주하는 집단이다. 그런 세력에게서 민주주의의 성장과 표현의 권리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을 정도다. 국정수행 지지도 50%의 환상에 이명박 정권도, 그 반대편의 진영도 휘둘려 속고 있는 현실을 타파하지 않으면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여지를 좀체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기만이 어떻게 제조되고 있으며 유포되고 있는지 철저하게 짚어 나가야 한다. 청계천이 수돗물을 하루에 12만톤 흘려보내고 있고, 온실가스를 14톤 배출하며, 물값이 일년에 150억원이나 들고, 전기료 9억원과 보수비 70억원을 삼키고 있는 괴물인 것을 그대로 두면 4대강도, 세종시도 모두 그대로 덮여져 나가게 된다. 이 공업제품을 이명박 정권의 치적에 기초가 되는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한, 지방에서 '청계천 따라하기'라는 기괴한 일들을 막아 낼 방법은 없게 된다.

세종시 문제로 4대강을 덮고, 개헌논란으로 세종시를 덮고 하는 식의 이 질 나쁜 정치방식을 정면으로 부딪히면서 이명박 정권의 기만술에 대해 널리 알려야 한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권이 이 나라 민중들의 삶에서 무엇을 빼앗아 가고 있는지 계속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것이다. 공정택을 보라.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그토록 지지하고 선출되도록 만든 장본인이 썩고 문드러진 부패타락의 주역이라는 사실이 온 천하에 알려지고 있지 않은가.

강남표가 만든 이 공정택표 부패는 이명박 정권의 논리와 현실의 간접적 노출이다. 그런데 공정택 문제는 일부에서만 떠들지 일반에게는 그저 작은 파문에 지나지 않는 사건처럼 비치고 있다. 공정택과 같은 부패한 자들이 도처에서 할거하는 가운데, 시민의 재산은 이들의 배를 불리고 이들의 가짜 치적을 만들어 내는 사업에 뿌려지고 있다. 학교의 각종 기공식에서 선거를 의식하고 피아노를 기증합네, 건물을 새로 지어줍네, 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을 기만하고 있는 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지경이다. 그게 자기들 돈인가.

그러나 이런 현실에서 진보진영으로 눈을 돌리면 한숨이 나온다. 민주노동당이 쑥대밭이 되고 있는데 진보신당은 자기 친정이 유린되고 있는 이 사태에 대해 치를 떨며 나서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진보진영 분할통치를 위한 전술임을 꿰뚫어 보면서 동지적 분노와 싸움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되는 것일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건 민주노동당의 문제가 아니라 진보진영 전체, 그리고 이 나라 민주주의의 문제와 직결된 사태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각자 발등에 떨어진 불길을 잡기에 바쁘지만, 민노당에 대한 정권의 탄압에 대해 엄청난 응집력으로 맞받아쳐야만 모두가 산다. 지금과 같은 소극적 저항이나 연대 정도 가지고는 저들에게 깔보이고 짓밟힐 뿐이다. 최근 야권이 연대와 선거연합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건 우리들 가운데 누구도 혼자 이길 수 없고, 어느 누구가 죽으면 그건 모두의 죽음이라는 인식의 증거다.

그렇다면 답은 분명해진다. 이명박 정권이 진보진영을 감히 건드리지 못하도록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연대감을 발휘해야 한다.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는 큰일 나겠다는, 그런 기력을 드러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지방선거에서도 진보진영의 승리를 가져오는 길이다. 아, 이들이 이렇게 강하구나, 이토록 결속이 든든하구나, 잘못하다가는 코 꿰겠다, 하는 식의 두려움이 느껴지는 그런 강렬한 질타가 쏟아져야만 한다.

이명박 정권의 국정지지도 50%는 허구다. 그것이 딛고 있는 땅은 기만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진상을 끊임없이 폭로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실의 정치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알려 나가는 노력이 요구된다. 남들 손발 다 묶어놓고 하는 이 독주(獸走)의 정치에 민주주의를 질식시키는 독주(毒酒)가 섞여 있음을 온 천하에 고발해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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