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9일 확정되면서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근로시간면제심의위가 근로시간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인원까지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두고 노동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그런 가운데 (사)선진노사정책개발원(이사장 곽민형)이 11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개원을 기념해 ‘노조전임자 근로시간 면제제도를 둘러싼 법적 쟁점’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제를 맡았고,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국장·이형준 경총 노동정책본부장·박지순 고려대 법대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사회는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과)가 맡았다.

“전임자 인원 제한은 모법위임 일탈”

이승욱 교수는 "근로시간 면제제도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사용절차와 방법에 관한 규정이 결여돼 있어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근로시간 면제한도는 조합원 수 ‘등’을 고려해 정하도록 돼 있는데, 조합원수 이외에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 무엇인가를 두고 논란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노조의 조직형태나 사업의 업종·근무형태·노조의 수 등이 고려대상이 될 수 있다”며 “복수노조 허용시 교섭단위 분리 여부도 고려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회사에 여러 개의 사업장이 있는 경우 근로시간 면제한도가 사업장별로 적용되는지, 회사단위로 적용되는 지도 문제다. 이 교수는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 관련사항은 일반적으로 단체협약으로 정하기 때문에 기존 단협의 적용대상에 따라 하면 된다”며 “문제는 기존의 단체교섭이나 단협이 없던 신설사업장이나 새로 노조가 설립된 경우”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개별 사업장이 완전히 분리된 노무관리시스템과 근로조건 결정체제로 돼 있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사업장 단위로,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업단위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 밖에도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3년마다 결정하도록 한 것과 근로시간면제심의위를 노동부에 설치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국 노동부가 타임오프 결정”

근로시간면제위심의위는 노·사·공익 각 5인으로 구성하게 돼 있다. 이에 대해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국장은 “공익위원 임명권이 노동부장관에게 있으므로 결국 위원회의 운영이 노동부 영향력에 종속될 우려가 크다”며 “행정관청이 타임오프 상한선을 결정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유 국장은 근로시간면제심의위를 노동부 산하에 두기로 한 것은 정부가 노조활동 시간을 통제한다는 점에서 국제노동기준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근로시간면제심의위가 근로시간뿐만 아니라 인원(전임자수)까지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법은 시행령에서 근로시간 면제한도의 기준을 정할 것을 위임한 바 없기 때문에 전임자의 인원수까지 제한한 것은 모법위임 범위를 일탈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대 교수도 “근로시간면제심의위 결정대상은 어디까지나 유급으로 인정할 수 있는 노조업무의 대상과 그 시간범위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며 “전임자의 인적구성에 대해서까지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법률의 명시적 위임사무가 아닌 한 합목적 해석이라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형준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근로시간 면제제도는 그간의 불합리한 전임자 급여지급 관행의 개선이라는 취지하에 도입된 것”이라며 “향후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운영에서도 이런 취지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본부장은 “노조법이 국회로 넘어가면서 12월4일 합의사항 이외의 내용이 들어가면서 혼란을 일으켰다”며 “노조 유지·관리업무는 노조 구성원들의 비용으로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승욱 교수는 노조 전임자급여제도 개선과 복수노조 허용을 동일한 시기에 실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복수노조를 허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노조 전임자급여제도 개선만을 우선적으로 시행하게 되면 노사 간 담합에 의해 제도 초기부터 잘못된 관행이 형성될 여지가 있다”며 “복수노조 허용과 동시에 전임자급여제도를 개선하면 법을 위반하는 노사 간 합의에 대해서 다른 노조가 이의를 제기해 효과적으로 규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