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공공연맹(위원장 배정근)이 딜레마에 빠졌다. 국회가 복수노조·전임자임금 관련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을 처리한 이후 뚜렷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연맹의 혼선은 지난 6일 대표자회의에서 확인됐다. 연맹은 그동안 한국노총 지도부의 11·30 대국민선언과 12·4 노사정 합의 과정에서의 문제를 꾸준히 비판해 왔던 대표적 산별조직이다. 그런데 이날 연맹 대표자회의에서 난상토론이 벌어졌고, 연맹은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배정근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최선은 아니지만 (노조법 개정안을) 차선책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교섭할 방법도 없고 새로운 접근방법도 없는 가운데 앞으로 최대한 유리하게 얻어 내야 할 상황”이라며 "더 이상 연맹 차원에서 (한국노총 대국민선언과 노사정 합의 문제를) 거론하지 말자"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자 대표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이어졌다. 노조법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기대할 게 없으며 실추된 조합원들의 사기와 투쟁동력 회복이 불가능해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노총 지도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ㅎ노조 위원장은 “법에서 다 내주고 시행령에 뭘 담을 수 있겠느냐”며 “노조의 생명은 민주성과 자주성인데 이를 바닥에 떨어뜨려 놓은 지도부의 신뢰회복은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ㅈ노조 위원장은 “앞으로 한국노총이 동력이 필요하다고 할 때 이제는 조합원에게 모여 달라고 얘기할 수가 없다”며 “새롭게 대화할 수 있는 지도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전과 달리 법 개정 현실을 인정하고 후속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또 다른 ㅎ노조 위원장은 “앞으로는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서 모든 것이 결정돼야 하는 상황이고 공공부문의 경우 지난해 상황을 능가하는 파고가 몰려오고 있다”며 “이제는 공공기관 선진화 대응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맹 관계자는 “대표자회의에서 노조법 개정을 바라보는 중앙과 현장, 대·중소조직 간 정서가 다르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노조법 개정 과정에서의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당분간 이 같은 혼선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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