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가 노사정 관계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010년 주목할 인물’ 1위에 임태희 노동부장관이 올랐다. 2008년과 2009년 주목할 인물 1위에 연이어 올랐던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는 2위에 머물렀다. 민주노총 위원장 역시 공동 2위를 기록했다.


“임태희, 새 제도 둘러싼 갈등 조정자”

임 장관을 ‘올해 주목할 인물’로 꼽은 이들은 모두 48명. 노동부·유관기관(15명)과 한국노총(12명)·재계(8명)·민주노총(6명)의 순이었다. 선정 이유는 저마다 달랐다. 노동부·유관기관은 복수노조·전임자 관련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에 따라 임 장관에게 노사관계 선진화 완성과 일자리 문제 해결을 공통적으로 주문했다.

반면 노동계는 노동정책 집행자인 임 장관이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하는 이명박 대통령을 대신해 양대 노총을 분리·견제하면서 노사(민)정 관계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조법 개정 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임 장관은 한국노총에는 적절한 당근을 주고 민주노총에는 본격적 탄압을 충실히 진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주노총 응답자들은 더 부정적이었다. '노동탄압부 수장', '노동유연화와 반노조정책 강화', '사업주 위주의 노동정책으로 노사분쟁 유발' 등의 이유로 임 장관을 주목하고 있었다.

재계는 올해 시행령 개정 등 노동이슈에 대해 정부 결정의 실질적 수행과 이해관계 조율과 타협의 역할을 할 인물로 임 장관을 꼽았다. 올해는 개정 노조법 시행으로 노사정 간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임 장관에게 노사갈등 조정자와 정부정책 집행자로서의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노총 압박 vs 대정부 투쟁

공동 2위에 이명박 대통령과 민주노총 위원장이 나란히 오른 것은 정부의 압박과 민주노총의 대정부 투쟁 등 올해 노사관계 구도를 상징하는 듯하다. 각각 40명이 선택했다. 이 대통령이 꼽힌 이유는 ‘노동정책의 의사결정권자’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정부 노동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올해는 특히 민주노총을 타깃으로 한 정부의 압박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말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가 예정돼 있는 관계로 ‘민주노총 위원장’(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과 차기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주목도가 높았다. 민주노총(15명)·노동부·유관기관(9명)·한국노총(6명)·재계와 전문가(각 5명) 등 40명이 민주노총 위원장을 선택했다.

민주노총 응답자들은 대부분 '민주노조 사수', '정부의 반노조정책에 맞서 투쟁과 대화, 내부혁신', '현 정부와 대립구도에서의 투쟁의 중심', '새로운 혁신과 변화의 중심' 등 조직의 어려움을 극복할 차기 위원장에 대한 주문이 높았다.
노동부·유관기관의 경우 '노조운동 기조의 변화', '대정부 관계 대응', '전임자·복수노조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당사자'라는 점에 주목했다.

장석춘 위원장, 시행령 교섭과 갈등봉합 주목

지난해 2위에 올랐던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올해 4위를 기록했다. 36명이 장 위원장을 선택했다. 장 위원장이 노조법 시행령 개정에 있어 교섭당사자이고, 정부·여당과 정책연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4 합의에 대한 조직 내 반발의 당사자란 점도 선택이유에 포함됐다.

한국노총 응답자들은 '새로운 제도를 둘러싼 갈등 중심에서 리더십 발휘해야', '시행령 협상의 주체', '노사정 합의에 대한 조직 내 반발과 외부의 도전에 직면', '11·30 기자회견과 12·4 합의에 대한 평가와 결과의 중심에 서 있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노동부·유관기관과 재계 역시 노조법 시행령 교섭당사자란 점 이외에도 조직반발에 대한 내부 봉합 문제 등과 관련해 장 위원장을 주목했다.

‘2009년 올해의 인물’ 1위에 선정된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올해 5위에 올랐다. 정부·여당이 올해도 '노사관계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비정규직법·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 등 노동관계법 개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추 위원장의 역할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추 위원장이 노조법 개정안 통과 과정에서 야당과 민주노총의 반발을 사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양성윤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6위에 올랐다. 양 위원장은 2009년 올해의 인물에서는 10위를 차지했으나, 2010년 주목할 인물에서는 4단계나 뛰어올랐다. 그만큼 올해 공무원 노사관계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정부 투쟁을 주도할 양 위원장의 역할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이 7위, 이수영 경총 회장과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공동 8위, 이경훈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이 10위를 기록했다.

 
[2010년 노사정에 바란다]

경제위기 지나간 자리, 노사갈등 골은 깊어라
2010년. 노사정은 서로에게 무엇을 바랄까. <매일노동뉴스>는 지난해 노사정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2010년 노사정에게 바란다’를 따로 들어봤다. 지난 1년을 휩쓸었던 경제위기 한파가 잦아든 올해 노사정의 화두는 잠시 노사관계로 옮겨 오는 듯하다.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노동정책에 대한 변화 요구는 여전했고, 노사정 간 불신과 갈등은 더욱 깊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친기업 노동정책 이젠 그만”

정부에 대해 노동계는 공통적으로 노동정책에 대한 심각성을 지적했다. '노조말살·탄압 중단', '친기업 정책중단', '노동정책의 균형', '밀어붙이기식 정책 중단', '노동자 권익보호', '노동관계법 준수' 등의 요구는 여전했다. 특히 노동부는 '자본부', '기재부 산하기관', '사용자청', '공안부' 등 더 악화된 별칭을 들어야 했다.
반면 재계는 노동계와는 정반대의 시각을 보였다. '법치주의 준수' 목소리가 가장 높았고, '비정규직 규제완화' 등 노동시장 유연화 주문은 빠지지 않았다. 한편에선 노동부가 고용노동부로 명칭변경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고용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노동부·유관기관에서는 '일자리 문제 해결' 요구가 가장 많았다. 이어 '균형 있는 노사정책', '서민·근로자 중심 노동행정 발굴'에 대한 주문도 나왔다. 전반적으로 지난해 노사가 노동부에게 바랐던 주문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국노총, 후폭풍 해결이 관건"

한국노총에 대한 바람은 예년과는 현저히 달랐다. 지난해 노조법 개정과 관련해 11·30 기자회견과 12·4 합의 과정에서의 문제점 때문이다. 한국노총 응답자들은 '정책연대 파기', '현장 중심', '노총 분열에 대한 반성', '노동운동의 정체성 모색', '지도부 신뢰회복', '진상규명과 책임자 후속조치' 등 대다수가 후폭풍 해결을 주문하고 있다. 한 응답자는 '유구무언'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외부의 시각도 비슷했다. 민주노총에서는 3자 합의에 대한 반성, 내부혁신과 자주적 노동운동, 정책연대 파기 등에 대한 주문이 많았다. 재계와 노동부·유관기관은 한국노총에 대해 '노사상생문화 구축', '합리적 노동운동 지속'과 같은 전통적 바람이 많았지만, 재계에서는 '과도한 정치권·정부 의존 탈피', '중소기업·비정규직 위한 노조활동' 등의 요구도 있었다.
그만큼 한국노총이 처한 상황이 복잡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민주노총, 투쟁과 내부혁신 과제”

민주노총 상황 역시 녹록지 않아 보인다. 외부에서는 공통적으로 민주노총을 향해 '정치투쟁 지양', '파업지양', '사회적 대화', '합리적 노동운동'을 주문했다. 그동안 정부와 재계, 보수언론이 민주노총에 씌운 이미지 그대로다.
한국노총의 경우는 민주노총에 대해 비판과 애정을 모두 담고 있었다. '정치투쟁 지양', '책임 있는 노동세력', '대안과 협상' 등을 주문하면서도 '양대 노총 연대공조', '정치세력화에 박차', '조직회복을 통한 대정부투쟁 전개' 등의 바람도 내놨다.
민주노총 응답자들은 '강력한 대정부투쟁'의 의지도 높았지만, 내부혁신과 발전전망에 대한 고민이 더 많았다. '이념과 관념을 벗어난 혁신', '사회연대운동', '노동운동 중심성 확보', '혁신과 전망 제시',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 '뼈를 깎는 조직혁신작업 수행', '정책과 대안 제시' 등을 스스로 토해냈다.

“재계, 사회적 책임 강화하길”

양대 노총은 재계에 대해 공통적으로 ‘인간의 얼굴을 한 경영’을 촉구했다. 대다수 응답자들은 "친기업 정부정책에만 기댄 반노조정책은 소탐대실"이라며 "단기적 이익에 급급하기보다는 노조를 대화파트너로 인정하고 상생의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원하청 불공정 해소와 노동기본권 준수, 비정규직 차별해소, 합리적 노사관계도 주문했다.
노동부·유관기관은 '비정규직·여성노동자에 대한 책임의식', '대기업-중소기업 발전방안 모색', '고용안정과 일자리창출 위한 투자' 등을, 재계는 스스로 '투명·윤리경영',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 '경제정책의 비전제시' 등의 역할을 주문했다. 연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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