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상의 '사업장 단위의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금지' 항목에 대한 ‘글로벌 스탠더드’ 논쟁이 한창이다. 일부 언론이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국제적 기준인 양 보도하면서 불을 지른 것이 발단이다.
그러나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을 법으로 금지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단 1곳도 없다. 노동부조차 인정하는 것이다. 오로지 한국만이 법으로 금지하고 지난 13년 간 유예해 온 것이 예외라면 예외일까.

국제기준, 다양한 근로면제 보장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글로벌 스탠더드는 노조활동을 위한 근로면제를 보장하고 편의제공도 해주는 것이라는 게 국제 노동계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근로자대표 협약과 권고를 통해 기업이 근로자대표(노조대표·종업원대표)에게 적절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다만, 편의제공은 기업의 능률적인 운영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또 유엔글로벌콤팩트는 노동원칙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편에서 회사는 노동자대표의 직무수행을 위한 시설을 제공해야 하며, 이 시설에는 노조활동에 대한 임금지불(타임오프 방식)도 포함됨을 명시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단체교섭·근로자참여·기업의 지배구조 등에 관한 지침에서 타임오프 등의 방식을 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노사협의기구에 노동자대표 또는 노조대표가 참여하는 경우 근로면제를 보장하는 것이다.

국제노총(ITUC)은 올 초 ‘한국의 국제노동기준 보고서’를 통해 “노조간부에 대한 임금은 노사 간 교섭결과로 지급되므로 정부는 관련규정을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ITUC와 경제협력개발기구 노동조합자문위(OECD-TUAC) 등으로 구성된 국제조사단도 지난 2월 한국을 방문해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노동법 중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금지 규정을 지적한 바 있다.

각국, 시간·사람·노사협의 방식으로 근로면제



이에 따라 해외 각국은 시간(타임오프), 사람(인원보장), 노사협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임자의 근로면제를 보장하고 있다.<표 참조>
영국은 대표적인 타임오프제 시행 국가다. 노조활동에 필요한 시간을 유급으로 보장하고 의무적 노조활동과 일상적 노조활동을 구분해 타임오프 인정범위를 달리하는 방식이다.
프랑스도 타임오프를 채택하고 있다. 노동자대표에게 월 10~20시간의 활동을 유급으로 보장한다. 기업 내 노동자대표의 수는 규모별로 제한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는 사람 수로 근로면제를 인정하고 있다. 기업 내 경영협의회 위원은 기업규모에 따라 위원수가 정해진다. 이들은 유급으로 근로를 면제받고 직무를 수행한다. 경영협의회 위원은 노동자가 직접 선출한다. 다만, 산별노조 체제인 독일은 산별노조 상근 간부에 대해서는 노조재정에서 급여를 지급한다.

미국과 캐나다는 노사협의로 근로면제를 보장한다. 미국의 경우 기업 내 노조활동에 대해 단체협약으로 유급을 인정한다. 단체교섭 준비와 교섭시간·고충처리·중재·산업안전 등에 대해 인정되며, 이에 대한 회사 지원은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다. 다만, 상급단체 노조간부는 조합비와 자체자산으로 충당한다.

일본은 ‘경비원조’를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로 정하고 있으나 경비에 전임자임금이 해당되는지 여부는 논란거리다. 다만 사용자와의 교섭업무에 대해서는 유급을 인정하고 있다.

“왜곡보도가 문제해결 어렵게 해”

복수노조에 대한 국제기준에 대해서는 ‘허용’이 글로벌 스탠더드다. 그러나 정부가 주장하는 교섭창구단일화 강제에 대해선 위헌적 시비가 가능해 국제적 기준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근거에 따라 최근 일부 언론이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왜곡보도라고 볼 수 있다.

복수노조 역시 허용을 주장하면서도 다수대표제 등 창구단일화 강제를 글로벌 스탠더드인 양 갖다 붙이는 것 역시 왜곡보도라는 지적이다.
한 노동문제 전문가는 “노조전임자 임금을 전면금지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인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분명한 왜곡”이라며 “이 같은 왜곡된 정보가 복수노조·전임자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그 위험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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