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추심원·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대리운전기사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정이 잇따르고 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에 따라 구제받을 길이 열린 것이다.

이에 따라 그간 개인사업자나 자영업자 등으로 간주돼 노조 활동을 제약받고 신분상 피해를 봤던 특고노동자들의 부당 징계에 대한 소송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노동부의 입장에서 드러나듯 국회의 특수고용노동자 보호법안 제정 논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전국여성노조와 대구지역대리운전직노조 등 관련단체들은 이번 판정에 대해 환영 의사를 밝혔다. 변순희 여성노조 총무국장은 "88CC 경기보조원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사실을 법원이 확인한 첫 판결로 의미가 크다"며 "그간 개인사업자로 간주하고 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며 대화를 회피했던 88관광개발주식회사와 보훈처는 법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 국장은 그러나 “이번 판결이 전반적인 특고 입법 논의 등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종속관계를 입증할 많은 자료들이 있어 가능했던 만큼 이를 계기로 특수고용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발판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영환 대구지역대리운전직노조 위원장은 "그간 부당한 대우에 속으로 곪아 있던 전국의 대리운전 사업장에 노조가 활성화돼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며 "현장에서는 상당한 파장이 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위원장은 "대리운전기사는 종속관계가 확연해 법원이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현 정권에서 쉽진 않겠지만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전체 특고 노동자들의 권리찾기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권영국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는 "종속적인 고용관계에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을 중심으로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바람직한 흐름이 생겼지만, 이명박 정부의 화물노동자 근로자성 부정에서 보듯 아직 갈 길이 멀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권 변호사는 "현 정권의 근본적인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국회 입법 논의가 본격화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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