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과 대리운전기사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과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이 잇따라 나왔다. 국회의 특수고용직 보호법안 제정 논의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수원지방법원 민사9부(재판장 최동렬 부장판사)는 지난 9일 송아무개씨 등 경기 용인 88컨트리클럽 경기보조원 43명이 클럽 운영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징계무효 확인소송에서 ‘경기보조원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이들에 대한 징계도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경기보조원들은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아 노조를 설립할 수 있었지만, 지난 96년 대법원으로부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징계에 대한 구제와 산재보험 혜택을 받지 못했다.

법원은 “경기보조원과 회사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더라도 종속적인 근로를 제공하고 있다”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캐디피(fee)가 임금의 성격이고, 정기 점호·순번제·캐디마스터의 제재 등 회사의 지휘·감독·통제를 받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수익조절을 스스로 할 수 없어 사업자로서의 요소가 희박하고 근로의 계속성이 인정된다는 점도 사유로 꼽았다. 법원은 특히 원고들에 대한 제명과 무기한 출장유보 등 징계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고 징계수위가 과중해 무효”라고 판결했다.

88CC는 지난해 9월 경기진행 지연 문제로 관리자와 마찰을 빚은 경기보조원 정아무개씨를 제명한 데 이어 같은해 11월 정씨 해고와 관련해 인터넷 게시판에 회사 비방 글을 올린 경기보조원 50여명에게 무기한 출장유보를 명령했다. 올해 1월에는 이들 중 3명을 무단 결장을 이유로 제명했다.

중앙노동위원회도 대리운전기사에 대해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정을 내렸다. 중노위는 10일 경남 지역 한 업체에 소속된 대리운전기사 3명이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고, 원직복직 결정을 내렸다.

중노위는 구인광고를 통해 사용자와 면접 뒤에 채용됐고, 승객 지정·이동·도착 등을 수시로 보고해 사용자의 직접 지휘·감독을 받았으며 노무제공 대가로 받는 대리운전비 일부가 사실상 임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한편 노동부는 "대리운전기사는 회사 상황에 따라 다르게 판단해야 하며, 골프장 캐디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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