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불안으로 스트레스를 받다 숨졌다면 업무상재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행정11부·부장판사 서태환)은 윤아무개(64)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청구 반려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윤씨의 딸이 5년 동안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며 고용불안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으로 정상적인 수면을 취하지 못하다 간질을 일으켰고 2개월 뒤 숨졌다”며 “윤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질병의 주된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해도 적어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켰다면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윤씨의 딸은 2001년부터 한국전력공사 전남지사에서 배전정보시스템에 준공도면과 배전공사 설비자료 등을 입력하는 비정규 노동자로 일했다. 2007년 3월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거나 고용관계가 종료될 것이라는 소문이 회사에 퍼졌고, 윤씨는 극심한 불안감에 시달려 수면제를 복용해야 잠을 잘 수 있었다. 같은해 5월 윤씨는 다발성 장기부전과 저산소성 뇌증·급성 간질중첩증으로 숨졌다.

아버지 윤씨는 “딸이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극심한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수면부족으로 고통받다 간질에 걸려 숨졌다”며 공단을 상대로 유족보상 및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공단은 “과로와 스트레스·간질은 의학적으로 인과관계가 불명확하다”며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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