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 대한 정부의 단체협약 변경 요구가 거세다. 노조가 수용하기 어려운 조항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경영평가에 노사관계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공공기관들은 공격적으로 단협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15일 공공기관과 정부부처 등에 따르면 상당수 공공기관에서 노조에 단협변경안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달 경영평가 결과가 발표된 뒤 기관장들이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가 좋지 않을 경우 퇴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공공기관들은 과거와 달리 노조에 사용자측안을 제시하고 있다. 감사원의 지적사항이나 기획재정부의 지침, 노동부의 단협 평가결과 등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폴리텍대학의 사측안을 보면 조합원들의 노조활동 횟수는 행사별로 연간 1회씩으로 제한된다. 홍보활동도 대학측이 지정하는 장소에서만 해야 한다. 휴일·휴가일수도 대폭 줄어든다.

환경관리공단은 사측안에서 조합비를 공제받으려면 공제대상자와 공제금액을 급여지급 10일 전까지 개인별로 동의서를 첨부해 제출하도록 했다. 또한 조합원·신입사원 교육시간을 폐지하고 조합원 가입·탈퇴 현황을 공단에 보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원조정 협의도 없앨 계획이다. 한국공항공사는 단협 사측요구안에서 근로조건 저하금지 조항을 삭제하고 취업규칙 개정시 노조와 협의만 하도록 했다. 구조조정 등 신분변동이 있을 때 합의하도록 한 조항을 없애려는 것이다.

특히 각 공공기관들은 대부분 내년으로 예정된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임금 지급금지에 대비해 유일교섭단체 조항을 삭제하고, 전임자임금 지급을 내년부터 금지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한 공기업노조 위원장은 “노조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라며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노사협의회로 돌아가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라고 반발했다. 이어 “사측 관계자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단협해지 상황까지 몰고 가라’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재부와 청와대가 공공기관노조를 상대로 대대적인 공격을 시작한 것 같다”며 "앞으로 단협 해지 사태가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행정안전부는 최근 열린 지방공기업 기관장 워크숍에서 “노조에 협조적인 기관장은 문책하겠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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