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이번 경영평가 결과는 사실상 노사관계가 운명을 가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9일 “기관 고유과제와 선진화·경영효율화 등 공통과제를 각각 50%씩 반영해 평가했다”고 밝혔다. 선진화는 민영화와 통폐합·기능조정이고, 경영효율화는 인력조정·보수조정·노사관계·출자정리·청년인턴채용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기재부는 이미 지난 4월 각 공공기관에 ‘공공개혁 정책과제’와 ‘기관 고유과제’를 각각 50% 비중으로 설정한 경영계획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한 바 있다. 특히 노사관계 선진화에는 노조전임자수와 노조가입범위 설정, 단체협약 관련내용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했다. 경영효율화에도 인력감축과 대졸초임 조정을 포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경영평가에는 이 같은 기준이 적용됐다. 실제로 기관장·기관 평가에서 우수한 사례로 꼽힌 수자원공사·한국전력공사 등은 노조의 반발에도 초임삭감과 인력감축을 강행했다. 향후 경영평가가 공공기관 길들이기에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기관의 고유업무보다 정부의 정책을 충실히 따르는 기관이나 기관장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 평가결과에서 분명히 보여 준 것이다.

최삼태 한국노총 기획정책실장은 “이제 어느 기관장이 목을 내놓고 노조와 교섭을 하겠냐”며 “정부 지침을 따르기 위해 노조를 힘으로 밀어붙이려고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사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가 공공기관운영법을 무력화시켰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법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기관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정부가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기관은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9년 6월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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