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열증으로 휴직한 소방공무원이 복직한 뒤 증세가 재발해 살인을 저질렀더라도 사건을 예견할 수 없었다면 고용인에 배상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27일 서울시가 정신분열증세의 동료에게 살해당한 조아무개씨 유가족들에게 3억여원을 지급하도록 한 원심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고 밝혔다. 소방공무원인 조씨는 지난 2003년 6월 말 정신병력이 있는 동료 박아무개씨의 흉기에 찔려 숨졌다. 조씨를 살해한 박씨는 92년 정신분열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으며 휴직한 적이 있었고, 범행 이후 법무부 치료감호소의 정신감정 결과 ‘망상형 정신분열병’ 진단을 받았다. 사고 당시 박씨는 조씨가 자신을 감시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조씨의 유족들은 “박씨의 병이 완치되지 않았는데도 복직시킨 뒤 국가가 지속적인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만큼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2007년 서울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내 1심에서 패소했지만 항소심에서 부분 승소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정신분열증세를 앓다가 동료를 살해한 박씨에 대한 서울시의 관리·감독상의 주의의무 위반을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박씨가 심한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다고 하지만 박씨의 치료 전력에 불과해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엿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특히 대법원은 “망상형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환자라고 하여 당연히 폭력적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거나 그러할 가능성이 일반인에 비해 현저히 높다고 단정할 근거가 없다”며 “휴직사유가 정신분열증이었다고 해서 완치된 뒤 복직 여부에 대해 다른 휴직자와 차별을 두고 결정할 필요는 없다”고 판시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7월 “서울시가 병의 특성과 정도를 감안해 복직 여부를 신중히 판단했어야 하고, 복직 뒤에도 지속적인 관리·감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사고가 난 것으로 판단된다”며 “3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매일노동뉴스 1월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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