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 개요 및 쟁점

정보통신 사업 등을 영위하는 A회사(이하 ‘원고회사’)는 회사소속 근로자 B씨(이하 ‘B')에게 발병한 “주요우울장애”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자, 산재요양 결정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취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사업주가 산재승인을 취소해달라는 취지로 행정소송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수 있겠으나 대법원은 보험급여 결정과 관련하여 보험가입자인 사업주도 보험료액의 부담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하여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B의 “주요우울장애”의 발병원인이 업무와 관련이 있는지 여부인데 만약 근로복지공단이 지게 되면 B의 산재승인이 취소되는 등 치명적인 손해를 입게 될 수 있으므로 B는 피고보조참가인 자격으로 이 사건 소송에 참가하였다.

2. “주요우울장애” 발병 전 원고의 회사생활

① 1980. 11. 원고회사 기능직으로 입사한 이래 B는 2003. 12. 시장관리팀으로 전보되기 전까지 전화국 선로계, 선로과 등에서 선로시험, 고객AS, 시설 AS 등의 업무를 맡아 오면서 관련 자격을 꾸준히 취득하였고, 2년여간 노동조합 지부장으로 활동을 하였다. 1997년 이후 원고회사의 독점이었던 통신시장에 경쟁체제가 도입되자 조직축소 및 20,000여명 감축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B도 명예퇴직 권고를 받았으나 거부하였다.

② 2003. 12. 원고회사는 B의 근무평점이 3년 연속 최저등급이라는 이유로 기술직에서 영업부서로 전보되었는데, 영업부서로 전보된 기술직들이 대부분 노조활동에 적극적이었던 근로자들이어서 B를 비롯한 전보발령된 근로자들은 노동조합 활동 때문에 전보되었다고 생각하였다.

③ B가 전보발령된 군산영업부 시장관리팀의 팀원 13명은 RM과 상품판매직원으로 구분하여 역할과 처우 등이 다음과 같이 상이한데, B는 상품판매 전담직원이었다.

④ B는 낙천적 성격으로 건강, 가족관계, 재산관계등 별다른 문제가 없었으나 영업부서로 전보된 이후 우울감, 흥미의욕상실, 수면장애, 식욕저하, 피곤함, 대인관계 기피 등의 증세가 심해져 치료를 받던 중 “주요우울장애”진단을 받게 되었다.


3. 법원이 B의 “주요우울장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요소

법원은 아래의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B의 “주요우울장애”는 업무상 사유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① 원고회사가 B에게 내린 전보발령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주요우울장애”가 업무상 사유에서 기인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음.

② B의 업무와 관련한 스트레스가 “주요우울장애”의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B에게 처해진 환경적 요인, 생활사적 사건, 담당업무가 일반인들에게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학적 소견이 제시되었음.

③ 평소 낙천적 성격의 B는 건강, 가족관계, 재산관계 등에 별다른 문제없이 생활하다가 영업부서로 전보된 이후 우울감 등에 시달리다가 “주요우울장애”진단을 받게 되었음.

④ 원고회사에 입사한 이래 23년간 기술계통 업무만 처리해온 B가 47세 나이에 갑자기 낯선 영업업무를 취급하게된 것 자체가 적지 않은 스트레스로 작용하였다고 볼 수 있음.

⑤ 더구나 노조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였던 근로자들이 전보대상자가 되었다는 생각에 원고가 제시하는 전보발령 사유(3년간 최저등급의 근무평정)를 수용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임.

⑥ B가 담당한 상품판매전담직원은 같은 팀의 RM에 비해 차별적 처우를 받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개인상대 판매업무에 고유성이나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이와 같은 업무를 맡게 됐다는 것에 모욕감, 자괴감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임.

⑦ 이와 같은 상황에서 상품판매전담직원 관리의 최종목표는 퇴출이라는 내용의 문서 유포 및 글이 사내게시판에 게재되자 B의 모멸감이나 반발감은 극대화되었을 것으로 보임

⑧ B는 “주요우울장애”치료 당시 직장에 대한 스트레스를 주로 호소하였고, 그 외의 개인적인 사유에 기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점

4. 정신적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업무스트레스의 인정기준

법원은 업무상재해를 인정할 때 업무와 재해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을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면 입증이 되었다고 보고 있다.
 
이 판결에서는 B의 “주요우울장애”가 업무상의 스트레스에 의해서 발병할 가능성이 있음을 의학적 소견을 통해 확인한 후, 발병 전 업무상 처해진 상황이 심리적 스트레스를 유발하였을 것이라고 추정하여 업무상 재해라는 결론을 내렸다.
 
판결문만 보면 업무와 관련하여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점을 재판부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쉬워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직장인 두명 중 한명 꼴로 회사에 출근하면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는 “회사우울증”에 시달리고 있고, 20~30대 직장인은 82.4%가 회사생활로 인해 건강에 적신호를 느낀적이 있다는데 그이유가 대부분 극도의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정도라면 업무상 재해여부 판단시 당연히 업무스트레스가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법원은 엄격하게 판단한다. 법원은 신체적ㆍ정신적 건강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업무스트레스는 ①일반적으로 보았을 때 스트레스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 있어야 하고, ②이러한 상황에서 발병하였어야 하고(발병시점), ③다른 개인적인 스트레스 요인이 없을 것을 요구한다.
 
또한 중요한 것이 ④기존질환이 있었는지 여부인데, 정신질환과 관련해서는 기존 병력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산재인정에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한편 ⑤회사의 부당한 조치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물론 부당한 조치가 있었다면 업무스트레스를 인정하기에 좋은 조건이 될 수 있으나 부당한 조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업무스트레스 요인(앞의 ①~④)이 있다면 업무상 재해 인정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6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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