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가입노조를 바꿨더라도 새로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전까지는 이전 노조에서 체결한 단협의 적용을 받는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노동자들의 노조 선택권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9일 부산지방법원은 쓰레기 수거·운반업체 ㅅ사에서 일하던 이아무개(34)씨가 회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 확인소송에서 "이씨의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지난 2003년 이씨는 부산지역일반노조에 가입했고 회사측은 같은해 노조와 "조합원을 징계하고자 할 때는 노사대표의 합의로 결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단협을 체결했다. 2006년 노조에서 탈퇴하고 전국민주연합노조에 가입한 이씨는 지난해 8월 회사비품을 파손하는 행위에 연루돼 해고됐다.

이씨는 "부산지역일반노조 가입 당시 단협을 근거로 해고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회사측은 "가입노조가 바뀌었기 때문에 기존 단협은 유효하지 않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부산지법은 "실질적 동질성을 유지하면서 다른 노조로 가입하는 조직변경만 있었다면 새로운 단협이 체결되기 전까지는 기존의 단협이 여전히 적용된다"고 판결했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단협이 만료됐더라도 임금·노동시간·해고 등 개별 노동자의 노동조건 부분은 계속 효력을 갖고 있다는 '단체협약의 여후효' 해석에 따라 판결이 난 것 같다"며 "복수노조가 생겼을 때 노동자가 기존 단협의 보호를 받을 수 있어 안정적으로 노조를 옮길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00년 대법원은 단협 유효기간이 종료한 이후에도 임금·퇴직금·노동시간 등 개별적인 노동조건에 관한 부분은 노동자의 근로계약 내용으로 노사를 규율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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