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유가 인상에 화물·건설기계·택시 노조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차량운행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놓인 조합원들이 집행부에 즉각적인 집단행동을 촉구하는 것으로 나타나 노동자들의 불만이 폭발직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경유값과 휘발유값의 차이가 없어지면서 경유를 사용하는 운수노동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5일 기준으로 전국 주유소 평균 판매가격은 경유값이 리터당 1천853원으로 휘발유값 1천858원과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휘발유 대 경유 대 LPG의 가격을 각각 100, 85, 50으로 맞추겠다는 정부의 제2차 에너지세제개편 계획이 사실상 무너진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부산역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한 달 간 대정부 협의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밝힌 화물연대는 LG전자 물류자회사인 하이로지스틱스를 상대로 19일부터 운송거부 투쟁을 벌이고 있다. 화물연대는 운송료 23.5%와 화물연대 인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밖에 충남 대불산업단지와 광주 삼성전자, 전남 광양항을 중심으로 한 컨테이너 운반 화물기사들이 운송거부를 예고하는 등 지역·업태·업체별로 파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는 "화물운송 노동자의 수입이 얼마인지는 수치상 계산할 의미가 없어졌다"며 "수입보다 더 많은 지출을 강요당하는 현실은 화물운송 노동자의 극단적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해양부와 화물연대는 지난 8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만나 면세유 지급과 대형물류 업체와의 교섭 중재, 유가보조금 지급 연장, 표준요율제 도입 등의 대책을 협의했으며 28일 다시 만날 예정이다. 국토해양부측은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관계부처 회의를 통해 유가 인상 대책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덤프트럭과 레미콘 노동자들도 집단행동에 들어갈 태세다.
덤프트럭과 레미콘 운전기사들로 구성된 건설노조 건설기계분과는 26일 저녁 긴급회의를 열고 경유값 인상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노조는 다음달 총력투쟁 선포식을 연다는 계획이지만 파업 등 쟁의행위에 돌입하자는 목소리도 만만찮아 28일 중앙위에서 최종 방안을 결정한다.

이미 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기계지부 포항지회는 지난달까지 38일 간 운임인상을 요구하며 파업한 바 있으며, 서울북부건설기계지부는 27일부터 3일 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해당 지부 관계자는 "덤프노동자들의 경우 하루 운임단가의 3분의 2 이상을 기름값으로 써야 하는 상황"이라며 "쟁의행위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운송료 현실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합원의 목소리가 높다"고 밝혔다.

경유·휘발유값 인상으로 가스(LPG) 가격도 덩달아 오르면서 택시노조들도 가격 동결을 정유업체와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kg당 평균 773원이었던 차량용 LPG 가격은 현재 960원대로 진입했으며 다음달에는 75원이 추가 인상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전국택시노련·운수노조 민주택시본부·법인택시연합회·개인택시연합회는 26일 SK 등 정유사와 지식경제부를 방문해 차량용 LPG 가격의 동결을 요구했다. 전택노련 관계자는 "주유비 절반을 자비로 부담하는 조합원들이 '차라리 차량 운행을 하지 않겠다'고 호소한다"며 "정부와 정유업체들이 가격을 계속 인상하면 자연적으로 운송이 중단되는 사태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태, 조현미 기자
 
 
<매일노동뉴스> 2008년 5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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