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노동관계법의 징역이나 벌금 같은 형벌 조항을 과태료로 전환하는 내용의 ‘규제개혁’을 본격 추진키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당장 노동계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면죄부를 주려 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노동부는 19일 규제개혁 과제를 선정하고 노동규제 전반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위해 노사가 참여하는 ‘노동규제개혁 TF’ 구성을 완료하고 우선 ‘노동법상 형벌의 과태료 전환’ 등 과제를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형벌을 과태료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는 이유에 대해 노동부는 ‘실효성’을 들었다.

“노사협의회 개최의무를 위반하거나 퇴직급여를 설정하지 않을 경우 벌금형 등 형벌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징역형은 거의 없고 벌금도 많아야 100만원, 대개 30만원 정도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 등에서 부과하는 과태료가 100만원을 넘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형벌보다 경제적인 과태료가 실효성이 크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문제는 임금체불 같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이다. 현재 임금지급이나 휴업수당·휴일근로 같은 조항을 어겼을 경우 형사처벌을 받도록 한 조항도 경제적 제재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노동부도 “(실효성 있는 경제적 제제를 통해) 실질적으로 노동권을 보호할 수 있는 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곧바로 반대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장관퇴진까지 다시 언급했다. 민주노총은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하더라도 처벌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이라며 “노동부가 사용자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법과 제도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노동부는 우선 추진 규제개혁 과제로 △취업규칙 작성 신고제도 개선 △실업자의 초기업단위 노조가입 △외국인고용허가제도 개선 △직업능력개발 훈련시장 기능회복 등을 제시했다. 취업규칙 신고제도는 노동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를 제외하고 단순변경 때는 신고의무를 없애는 방향이 논의될 예정이다.

실업자 노조가입 문제는 지난 98년 노사정위원회에서 허용키로 합의한 지 10년만에 다시 추진되는 것으로 한국노총의 제안에 따라 검토되고 있다. 고용허가제는 도입기간 단축 문제, 훈련시장 기능회복은 영리법인의 진입규제 장벽을 허무는 문제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현재는 규제개혁 과제를 발굴하는 단계”라며 “노동자단체와 사용자단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과제가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부가 19일 발표한 ‘노동규제개혁 세부추진 계획’에는 노동규제개혁 TF라는 새로운 조직이 등장한다. 애초 운영돼 오던 노동규제개혁위원회를 축으로 노사단체가 참여하는 규제발굴단과 노동부 각 국장으로 구성된 ‘액션러닝팀’이 새로 가세했다. 규제발굴단에는 한국노총과 경제5단체 실무자들이 참여한다. 노동부는 “민주노총에도 참여를 요청했지만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부분은 노동관련 규제 전반을 개혁하기 위해 분야별로 수행하는 작업이다. 노동부는 이른바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하겠다며 '반'을 설치하고 연구용역을 추진할 예정이다. 직업능력반과 고용정책반·총괄반·고용평등반·산업안전반이 그것이다. 각 ‘반’에서 연구과제를 발주하고 민간전문가가 용역을 진행해 안을 마련하는 모양새다. 노동부 관계자는 “연구용역 발주는 하지 않았다”며 “용역을 수행하는 민간전문가가 각 ‘반’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부의 의견을 담기 위한 조치로 읽힌다.
 

노동부는 노사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은 규제는 노동규제개혁위원회에서 6월 중 결정해 시행하고 전면적 재검토 등이 필요한 부분은 10월 말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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