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총선이 막을 내렸다. 진보세력은 4년 전 성적의 ‘반토막’에 그쳤다. 반면 한나라당 등 보수세력은 200석에 육박한다. 이명박 정부의 폭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보수세력의 완승도 진보세력의 완패도 아니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범보수'의 물결 속에서 민주노동당은 5석을 얻었고, 진보신당은 수도권에서 접전을 벌였다. <매일노동뉴스>는 진보정당 전문가 3명의 릴레이 기고를 통해 18대 총선 평가와 향후 정국, 그리고 진보세력에게 남겨진 과제를 살펴본다.<편집자>


<1회> 18대 총선 평가와 진보세력의 과제 (정영태 인하대 교수)
<2회> 민주노동당, 18대 총선 무엇을 남겼나 (이병길 민주노동당 기획팀장)
<3회> 진보신당, 18대 총선 무엇을 남겼나 (정종권 진보신당 부집행위원장)
 
 

 
 
정당(비례대표) 지지득표 50만4천466표(2.96%)와 지역구 후보득표 34명 22만7천881표, 1인당 평균 9.23%의 지지율. 이것이 지난달 16일 창당하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진보신당이 이번 총선에서 얻은 수치적 결과다.

서울, 인천, 울산, 경기지역에서만 비례 국회의원 배정 기준선인 3%를 넘겼고 나머지 지역은 3%에 미달하는 득표를 하였다. 특히 여론전파력이 타 지역에 비해 빠르고,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구 후보가 출마한 서울에서는 민주노동당(3.78%)보다 높은 정당지지율(4.04%)은 올렸지만 다른 모든 광역지역에서는 민주노동당보다 낮은 정당지지율을 나타냈다. 

원내진출 실패했지만 성과는 있었다

재정과 사람, 조직과 시간의 절대적인 부족이라는 요인도 작용하였지만 진보신당의 인지도, 특히 민주노동당과의 차별적 인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정치적 대중적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많은 진보신당의 활동가, 당원들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새로운 진보정당의 시대를 개척할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마음의 한 켠에서는 과연 성과를 남길 수 있을까?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창당과 총선이라는 거대한 정치일정을 소화하고 대중들을 설득하고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까? 라는 깊은 걱정과 부담을 안고 있었다. 선거 결과 너무 왜소해진 우리 스스로의 모습에 실망하고 위축되지 않을까? 라는 침묵의 질문을 안고 우리는 이번 선거를 치렀다.

그러나 우리는 ‘원내 진출을 통한 재창당의 기반 구축’이라는 목표의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적지 않은 성과를 얻었다. 8개 광역시도당의 창당과 1만여명의 당원을 확보하였고, 선거결과를 통해 원내의석을 배출하지는 못했지만 국고보조금 지급 대상이 되면서 최소한의 재정안정성을 확보하는 가시적 성과를 얻었다. 총선 기간 하루 평균 진보신당 홈페이지 방문자수가 8천여명에 이르렀고, 총선 이후에도 인터넷을 통한 입당 행렬이 오히려 확대되고 있으며, 평당원들의 발언과 제안, 참여의 열정이 위축되기는커녕 오히려 활발해지는 모습은 무엇보다 중요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선거기간 이어졌던 학계 법조계 보건의료계 문화예술계 녹색환경 해외동포 노무사 등 각계각층의 집단적인 지지선언은 이후 활동을 위한 중요한 기반과 네트워크 형성의 토대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대중에게 대안적 실천과 비전 제시 부족

하지만 한계와 오류의 측면 또한 외면해서도 무시해서도 안 된다. 선거뿐만 아니라 정치세력의 모든 정치활동은 우리의 의지와 열정만이 아니라 대중과의 교감과 소통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하고 성과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진보신당이 창당하는 과정,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 그리고 직접적인 선거 과정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야 하는 우리의 독자적이고 차별적인 메시지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전달하고 소통할 것인가? 라는 점에서 우리는 부족하고 미흡하였다. 왜 우리가 함께 만들었던 8년 민주노동당의 역사를 부정하고 단절하면서 새로운 진보정당의 역사를 만들어야 하는지, 대중들에게 특히 우리의 지지기반이 되어야 할 노동자와 도시서민들에게 충분하게 전달하지 못했다. 짧은 시간이라는 절대적 제약요인이 1차적이었지만 그것만으로 설명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현재의 민주노동당이라는 낡은 그릇과 퇴보하는 가치로는 진보정치에 대한 대중들의 열망과 기대를 담을 수 없으며,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녹색의 정치, 여성의 정치라는 진보정치의 물줄기를 온전하게 보존 확대 강화할 수 없다는 점, 그래서 이명박 정권이라는 새로운 보수정치, 반동의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을 진보신당은 대안적 실천과 비전으로 제시하는데 역부족이었다. 물론 이것은 지난 두 달의 시간으로 완결될 수는 없는 과제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총선 이후의 제2창당은 그냥 한번 해보는 말이 아니라 사활적이고 필수적인 전략 과제인 것이다. 

진보유권자 기권과 보수지지층 결집

이번 선거는 여러 가지 의미와 특징을 보였다. 먼저 사상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하였다. 46%의 투표율은 국회의원 선거만이 아니라 지방선거와 대선을 포함하여 역대 전국단위의 선거율 중에서 최저치이다. 이는 ‘정치적 무관심’이라기보다는 ‘정치적 기권’의 의미가 강하다. 특히 진보성향의 유권자들이 다수 기권했다. 반면에 보수성향의 유권자들은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하고 결집하였다. 그러나 이 진보성향 대중들의 정치적 기권은 일부 사람들이 언급하는 적극적 능동적 의미의 기권이 결코 아니다.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는 사이비 자유주의정권 10년은 시장과 경쟁이라는 신자유주의의 논리를 진보·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선전하였다. 즉 진보성향의 대중들을 신자유주의의 경쟁원리로 해체시키고, 집단적 행동과 의식을 통한 지지층의 결집이 아니라 개인의 경쟁력과 시장에서의 생존력으로 대중들을 개인으로 해체시켜버린 것이다.
 
노동자로서, 집단적 대중으로서의 자기실천을 통해 진보와 개혁의 과제를 전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경쟁력으로, 개인주의적 실천으로 살아남는 것이 진보라고 규정할 때, 지난 10년의 실정에 대한 심판과 비판을 선거참여를 통해 실천해야 할 이유와 동기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렇게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대중들을 무장해제시키고 개인주의 의식을 끊임없이 강요해온 것이다. 46%의 투표율은 그 결과이다.

반면에 보수정당은 끊임없이 자신의 지지자들을 결집시켜왔다. 사이비 자유주의정권의 폐해에 대해 그것은 좌파의 무능, 문제점으로 선전선동하면서 보수의 결집과 집단적 행위를 통해서만 바꿀 수 있다는 일체감을 형성해온 것이다. 

진보세력, 신자유주의 맞선 조직화 실패

그러나 진보정치세력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자신의 전망과 비전을 구체화시키지 못하고 무능하고 퇴행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유주의 집단은 정말 어리석게도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그 결집을 확대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개인으로 해체시켰다. 보수정치집단은 자신들의 지지층을 결속하고 결집시켰다.

그러나 진보정치가 도약할 수 있는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지지했던,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정책의 결과로 생존권이 위협받고 위기로 내몰리고 있던 노동자 민중들을 자신의 지지 세력으로 결집시키고, 신자유주의 시대의 개인들을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집단과 대중으로 조직하는데 무능하였고 실패하였다. 그것이 민주노동당 정당 지지율이 2004년 지지율에서 반토막에도 못 미친 근본 원인이다. 물론 진보신당 또한 여기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아니 오히려 그런 자유로울 수 없는 마음과 평가가 진보신당의 창당을 추동한 동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창원을과 사천시에서의 권영길과 강기갑 의원의 재선이 그것이다. 권영길과 강기갑이라는 개인에 대한 칭송이 결코 아니다. 개인에 대한 평가와는 독립적으로 그 두 지역에서의 총선 승리는 창원을과 사천시라는 지역에서 지역 유권자들을 신자유주의 시대 경쟁과 이윤의 논리로 해체된 개인 유권자가 아니라, 신자유주의 시대의 피해대중으로서의 대중으로, 노동자와 농민으로 결집시키고 집단화시키는데 성공했다는 의미다.

반면에 울산에서의 실패는 바로 그 의미에서의 실패다. 수도권 노회찬과 심상정의 선전과 석패가 아쉽지만 그 의미가 적지 않은 것은 노동자 농민 밀집 지역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어느 곳에서도 바로 이러한 대중화, 집단화, 피해대중으로서의 결집력이 가능하다는 점, 그런 의미에서 진보정당의 지지층을 결집하고 지지기반으로 집단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 그 실천적 함의가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진보신당을 비롯한 진보정치가 주목하고 분석하고 대안의 실천을 집중해야 할 점이다. 

진보신당 제2창당이라는 의미와 과제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분화에 대해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다시 합칠 수 없느냐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제법 된다. 그러나 양 세력은 과거는 공유하되 미래를 공유하지 않는 세력이고, 그러기에 미래의 비전과 전망이 공유되지 않는 한 같이 하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각자의 구상과 전망과 계획을 제시하는 현재의 과제에 충실해야 한다.

진보신당은 두 달 창당과 총선기간에 만들어진 그 그릇에 안주하지 않고 과감하게 부수고 재구성할 것이다. 제2창당은 진보신당 외부세력을 수혈하고 몸집을 불리는 과정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과 신자유주의에 맞선 진보정치의 새로운 내용과 그릇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노동자 정치세력화, 녹색의 정치세력화, 여성주의 정치라는 조금은 이질적인 가치를 통합하는 과정이 될 것이고, 20대, 88만원세대, 비정규직이라는 사각지대의 계층과 집단을 지지집단으로 재조직화하는 과정이 될 것이고, 과거의 명망가가 아니라 당내 평당원 속에서 내일의 진보 정치인과 진보 행정가들을 발굴하여 양성하는 과정이 될 것이고, 당 외부의 유능한 세력, 개인들과 교류 협력하는 현대적인 정당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그게 바로 제2창당이다.

이러한 과정은 총선 뒷마무리가 정리되는 4월 하순부터 본격화될 것이다. 누군가의 일정표대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제2창당의 목표와 가치가 기준이 될 것이고 이에 함께 할 수 있는 모든 세력이 주인이 될 것이고, 평범한 당원들과 대중들의 목소리가 중심이 될 것이다. 그 시간의 마침표가 두 달이 될 지 6개월이 될 지 모르겠다. 하지만 제2창당의 과정은 대중운동, 사회운동 속에서 그 실천적 함의를 검증하는 과정이며, 2010년 지방선거에서 우리의 진보 행정가들을 진출시키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매일노동뉴스> 2008년 4월 18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