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는 16일 “기존 혁신도시 계획에 문제점이 많아 사업을 추진하기 힘들다”며 재검토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국토해양부와 한국토지공사는 다음달부터 시작할 예정이었던 혁신도시의 택지공급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정부의 재검토 방침은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 민영화 혹은 통폐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경우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규모가 축소되거나 사업계획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지방이전 거부로 맞불을 놓겠다는 입장이다.
최임식 한국노총 정책국장은 “정부의 재검토 방침은 혁신도시관리위원회나 혁신도시추진단 등의 논의를 거치지 않고 청와대의 일방적인 지시로 이루어진 것”이라며 “혁신도시에 대한 찬반 여부와 관계없이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로부터 청와대에서 일방적으로 지시가 내려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박찬희 한전KPS노조 위원장도 “혁신도시와 민영화를 함께 추진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며 “민영화될 경우 정부의 방침을 따를 필요성이 없는 만큼 지방이전을 백지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인수대상자가 처음에는 정부의 뜻을 따르겠지만 결국 이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박 위원장의 주장이다. 박 위원장은 이미 나주시장에게도 "이전거부가 불가피하다"는 뜻을 전달했다.
감사원의 입장변화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2006년에 이어 지난해 혁신도시 정책을 따르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 공사들을 상대로 강도 높은 감사를 진행했다. 혁신도시 사업을 독려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지난해에는 제일 먼저 착공한 도시에 300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부터 ‘혁신도시 추진실태’에 대한 예비조사를 실시해 경제효과가 없는 애물단지 사업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연간 1조3천억원 정도인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부가가치 증가효과가 4조원대로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최임식 국장은 “지난해 감사원 감사결과의 잉크가 마르지도 않았는데 입장을 바꾼 것은 헌법기관으로서 신뢰를 훼손시키는 것”이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장이 변할 경우 공기업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냐”고 반문했다.
참여정부가 추진한 혁신도시 건설 사업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2012년까지 한국전력·토지공사·가스공사 등 124개 공공기관을 전국 10개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현재 전국 10곳에 추진 중이고, 광주·전남과 경남 등 5곳은 이미 착공에 들어갔다. 나머지도 올해 상반기에 착공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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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 2008년 4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