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연일 노사분규 건수가 줄어들고 이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도 줄었다고 이야기한다. 마냥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온 노사관계가 이제 '형편' 좀 풀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체감하는 노사관계는 여전히 갈등과 분쟁의 연속이다. 특히 급속한 노동시장 유연화로 인해 비정규직 노동이 증가했고 이는 극심한 비정규직 노사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이랜드와 코스콤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사회 노사분쟁의 주류가 된 지 이미 오래됐다. 하지만 정규직노조 이기주의는 떠들어대지만 정작 비정규직 노사관계에 주목하는 눈길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런 가운데 비정규직의 집단적 노사관계를 포괄적으로 들여다본 최초의 연구논문이 나와 눈길을 모으고 있다. 진숙경 고려대 기업경영연구원 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한국 비정규직노조 효과성 연구’ 박사논문(고려대 경영대학원)은 기존의 노사관계 시스템이 포괄하지 못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사관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보기 드문 연구로서 ‘비정규직노조가 힘 있게 잘 성장하기 위한 요인’이라는 흥미로운 결과를 도출해내고 있다. 
 


“비정규직노조의 성장조건 위한 연구”

저자는 이 논문에서 “노동운동 현 시기 우리사회의 최대 약자 중 하나인 비정규직에 대해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느냐”고 물으며 “현 시기 한국의 노동운동은 정규직을 중심으로 조합원 위주의 경제적 조합주의에 얽매여 비정규직을 포괄하는 전체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상급단체와 현장활동가 중심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가 현재 및 미래 노동운동의 핵심 과제로 제기되고 있고 또한 자생적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같은 변화에도 새로운 현상으로서의 비정규직에 대한 관심은 일정 영역에 치우쳐 있을 뿐 대부분 영역에서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한국사회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는 비정규직 노조의 발생과 성장의 조건을 알아보기 위해 비정규직노조의 효과성에 주목하게 됐다”고 이 논문작성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논문은 비정규직노조의 효과성을 연구하기 위해 사례연구와 계량통계를 통해 접근하고 있다. 사례연구는 모두 18개 비정규직노조의 사례를 분석해 비정규직 노사관계의 현상을 이해하고 이에 기초해 비정규직노조 효과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접근했다. 또한 계량통계는 상황적 요인, 구성원 특징, 노조 특징, 교섭과정상 특징 등을 통해 비정규직노조의 교섭력과 효과성에 접근하고 있다.

사례분석 대상이 된 비정규직노조는 근로복지공단비정규직노조·신세계이마트분회·정보통신노조비정규직지회·금융노조비정규직지부 등 ‘직접고용’ 4개 노조, 포항건설노조·전남동부건설노조·울산건설플랜트노조·경기서부지역건설노조 등 ‘단기프로젝트 도급’ 4개 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조·현대중공업사내하청노조·금호타이어비정규직노조·캐리어사내하청노조·현대차전주공장비정규직지회·GM대우차창원공장사내하청지회 등 ‘사내하청’ 6개 노조, 전국시설관리노조 등 ‘파견직’ 1개 노조, 부산지역일반노조·경기도노조·전국여성노조 등 ‘혼합’ 3개 노조가 그 대상이다.<표1 참조>



비정규직노조 고용형태별 구분해보니

이들 18개 비정규직노조를 고용형태별로 특징을 다음과 같이 8개 형태로 구분짓고 있다.

◇직접고용-임시·계약직-독립형

근로복지공단비정규직노조와 신세계이마트노조가 해당된다. 근로복지공단비정규직노조는 별도의 정규직노조가 존재하고 있었고 서로 상급단체도 달라 노조간 연대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노조결성 6개월만에 결정된 파업을 앞두고 이용석 광주본부장이 분신하면서 전국적 쟁점으로 급부상한 바 있다.

신세계이마트는 대형할인 매장의 계산원(캐셔)들을 조직한 사례로 사실상 독자적 활동을 했다고 분류됐다. 삼성의 무노조주의까지 안고 있어 회사측의 노조탈퇴 설득작업이 이어지면서 결국 23명이던 조합원이 4명만 남기고 계약해지함으로써 노조를 격리시켰다.

이 경우 정규직노조가 있는 경우 협력적 관계가 쉽지 않으며, 비정규직 투쟁이 성공했을 경우 노조가 약화되는 결과와 함께, 노조가입을 이유로 계약해지될 위험이 노조활동 장애요인이라는 특징을 꼽을 수 있다.

◇직접고용-임시·계약직-포함형

정보통신노조비정규직지회와 금융노조비정규직지부가 해당된다.
정보통신노조는 2004년 데이콤노조가 분사로 노조가 나뉠 위기에 처하자 소산별을 지향하며 3개 지부로 구성한 노조다. 때문에 기업별노조 차원에서 다수의 비정규직을 포괄하는 드문 사례이며, 3개 지부마다 비정규직의 노조내 조직체계가 다른 점을 보였다. 금융노조비정규직지부는 전형적인 산별노조 차원의 조직화 사례다. 2005년 산별교섭 단위에 비정규직지부장을 참여시키는 등 일정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조직률이 매우 낮은 편이다.

이들 노조의 특징은 현장내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관계가 노조 성공의 관건이라는 것. 대체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업무내용이 동일한 경우가 많아 정규직이 비정규직 차별을 용인할 경우 노노갈등으로 표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조직체계도 별도의 지부체계를 둘 것인지, 구분없이 재편할 것인지 까다로운 문제를 안고 있다. 이같이 비정규직이 정규직노조에 포함되는 경우는 직접고용 임시·계약직에 한정돼 있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간접고용-단기프로젝트 도급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대표적 형태 중 하나라 건설노동자 대상 단기프로젝트 도급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의 계약형태는 3~6개월 또는 1년 이상 등의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다.
89년부터 건설일용노동자들의 지역단위노조가 결성되기 시작했고 소강상태를 맞았다가 2000년대 들어 다시 속속 결성됐다. 포항, 전남동부(광양), 울산 등 지역노조는 제철 등 중공업공단이나 석유화학공단, 발전소, 첨단공업단지 건설 등 플랜트설비 건설노동자를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의 작업은 상대적으로 규칙적이고 안정적이며 원청기업 또는 공단내 주요 대기업이 정해져있다. 그러나 일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특징 때문에 지역노조마다 조합원 중복가입 문제가 발생해서 플랜트노조들의 경우 공동임단협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들 노조가 안고 있는 핵심이슈는 공사발주처와 원청의 사용자성 문제다. 노조는 원청이 실질적인 공사의 업무지시나 감독권을 행사하고 있어 교섭주체로 나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간접고용-사내하청-독립형

불법파견 소지를 안고 있는 사내하청에 노조가 결성되기 시작한 것은 2001년 캐리어사내하청노조 이후 현대차, 현대중(2003), 금호타이어(2004)로 이어졌다. 이들 노조는 활발한 정규직노조가 존재하는 가운데 만들어졌다는 특징을 가지며 대부분 직간접적으로 정규직노조와의 협력 하에 결성됐다. 그러나 정규직노조는 조합원 정서를 이유로 규약변경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 노조의 성패는 원청 정규직노조와 어떤 관계를 형성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기업별노조의 한계로 정규직노조가 조합원 정서에 좌우된다는 점이 큰 단점이다. 또한 비정규직노조의 ‘정규직화’ 요구의 성공은 조직약화로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원청업체의 사용자성 문제도 존재한다. 그러나 원청이 정규직노조의 압박으로 교섭석상에 나와도 교섭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원청 노사의 합의에 의해 사내하청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정해지는 경우도 많다.
 


◇간접고용-사내하청-포함형

산별노조 소속 지회의 형태를 말한다. 현대차전주공장비정규직지회나 GM대우차창원공장사내하청지회가 해당되며 이들은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이들 역시 정규직노존의 적극적 지원 하에 결성됐다는 특징을 보인다. 그러나 기업 차원에서는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노조가 별도의 조직으로 존재하는 독립형과 다를 바 없다.

다만 독립형노조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노조의 부침현상이 심하지 않다고 보았다. 캐리어나 현대중비정규직노조는 정규직노조와의 갈등으로 현장내 모든 활동이 중단됐으나 GM대우차창원공장의 경우 비정규직 조직화를 지원했던 정규직 집행부가 불신임 받아 물러났어도 지역대책위 구성 등 적극적 지원이 이어졌다.

그러나 GM대우차창원공장의 예처럼 비정규직 조직화를 열심히 하는 정규직 집행부는 조합원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간접고용-파견직

합법적인 파견직을 대상으로 하는 노조 조직으로서, 빌딩, 공공건물, 학교 등 시설관리를 위한 기술직, 환경미화원, 경비 등 다종의 직종을 포괄하고 있는 전국시설관리노조가 해당된다. 2002년 전국단일노조로 건설되긴 했지만 기업별노조의 성격이 매우 짙다. 업종도 다르고 노동조건, 정부정책 등의 내용이 달라서 일상적인 임금교섭 등은 기업별교섭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포괄적 임금제 등 이들의 노동조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제도개선 및 직종과 관련한 정부정책의 결정과정에의 참여 필요성 등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혼합-지역

부산일반노조와 경기도노조가 분석대상이다. 부산일반노조는 케이블TV기사부터 환경미화원, 학습지교사 등 수십 가지 업종을 포괄하고 있다. 1명의 조합원이 있어도 노조는 사용자측에 교섭을 요구하고 이같은 끈질긴 투쟁을 통해 조직을 확대해왔다. 그러나 노조에 쉽게 가입할 수 있는 만큼 쉽게 빠져나가기도 해 조직의 불안정성이 높다. 또한 업종간 이질성이 커서 공동교섭 가능성이 크지 않아 교섭이 상당히 파편화돼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도노조는 의정부 환경미화원 중심의 노조로 93일간 파업을 통해 노동조건 개선 및 노조활동을 인정받은 뒤 이같은 성과가 포천, 고양 등지까지 확산되면서 2000년 경기도 전체를 포괄하는 노조로 바뀌었다. 이후 고양·수원시 등이 직접고용을 정리하고 민간위탁으로 환경미화원 사업을 이관하자 노조는 지자체에 직·간접 고용된 비정규직 모두 조직대상으로 포괄했다.

◇혼합-전국 : 전국여성노조

직·간접 고용형태를 모두 포괄하고 있는 전국 차원의 단일노조는 전국여성노조가 유일하다. 99년 여성노동자회가 중심이 돼 결성된 전국여성노조는 10개 지역지부, 5천여명의 조합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양대노총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은 전국여성노조는 장기적으로 양대노총이 추구하는 산별노조 전망과 충돌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캐디나 청소용역, 학교비정규직 등 조직대상 중복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장기적·지속적으로 여성과 관련한 이슈에만 주목할 것인지, 노조운동내에서 여성문제만을 특성화해 해결해나갈 것인지 장기적 전망과 관련해 논란의 소지가 있다. 

비정규직노조 조직화 주체는 누구인가

비정규직노조 조직화 주체를 살펴보면 △자발적 내부 활동가 △외부로부터 이전한 활동가 △상급단체 및 정규직노조, 외부조직 등 3가지 그룹으로 구분하고 있다.

우선 자발적 내부 활동가가 주체가 된 경우는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거나 작업현장에서 노동자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는 사람들로서 작업장내 현안이 발생하면서 자연스럽게 지도그룹을 형성하게 된 사람들로 보고 있다.

외부로부터 이전한 활동가의 경우는 80년대 초 학생운동 세력들이 노동계급 조직화를 위해 신분을 속이고 현장으로 들어갔듯이 2000년대 초반부터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한 노동운동 세력 내 좌파진영을 중심으로 현장 투신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활동가들 사이의 입장차로 공동활동에 차질이 빚어지고 내부갈등으로 이어지는 등 장애요소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비정규직노조 1, 2기 집행부의 성격이 달라 통일적 투쟁을 전개하지 못한 점이나 GM대우창원공장처럼 좌파성향의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노조 지원을 이유로 불신임당한 뒤 원청업체가 비정규직 조합원이 많은 사내하청부터 계약해지한 경우가 그것이다.

마지막으로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조사결과(2007)에 따르면 노조결성 주체로서 상급단체 등 외부조직 활동가가 20.8%를 차지했다. 2000년대 들어 양대노총 등 총연맹 중심으로 비정규직 조직화에 나섰으나 비자발적 조직화의 경우 조합원의 탈퇴나 몰입도가 떨어지기도 했다는 지적이다. 

비정규직노조 조직화 경로 살피기

논문은 비정규직노조가 결성되는 조직화 경로를 사례연구를 통해 유형화시키고 있다. 1안은 사업장내 현안이 발생하거나 외부로부터 자극이 주어졌을 때 자발적 활동가 그룹이 형성되는 과정을 들고 있다. 이미 현장에 자리하고 있는 외부 활동가그룹이 있다면 현안이 불거지고 집단적 움직임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시점에 이들 활동가그룹이 리더그룹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2안은 여기까지의 과정에서 독자적 노조 결성(1안)이 아니라 총연맹(지역본부)이나 다른 노조 등 외부조직의 도움을 받아 노조를 성립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현실에선 2안이 훨씬 통상적인 경로라는 설명이다.

3안에서는 외부조직에 의해 조직화가 이뤄지는 경로로서, 외부조직이 누구냐에 따라서 비정규직을 조직화하는 양상이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현대차전주공장·GM대우창원공장의 사례는 정규직노조가 기업내 간접고용부문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조직화한 사례다. 반면 금융이나 정보통신노조의 경우 비정규직을 정규직노조에 가입시키는 방식으로 조직화한 경우다.

1~3안의 경로를 밟게 되는 원인은 1안의 경우 내부역량만으로 노조결성이 가능할 때이고, 2안은 자체 역량만으로 힘들 때 외부지원을 통해 노조결성에 이르는 경우이며, 3안은 정규직노조의 지원에 의한 경우 이외에 일반노조나 여성노조는 지역기반으로 활동하면서 상담요청이 들어오면 개별가입하는 형식으로 조직화하는 경우가 많다. 

비정규직노조 조직형태 결정요인은

비정규직노조가 현재의 조직형태를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논문에서는 △고용형태 △정규직노조와의 관계 △노조 포괄범위 △산별노조 존재여부 등 4가지 요인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형태로 볼 때 직접고용과 간접고용간 차이가 보인다. 직접고용 임시계약직의 경우는 금융노조나 정보통신노조처럼 정규직노조에 포함되는 경우가 나타난다. 이는 사용자가 동일하고 정규직과 거의 동일한 업무를 상시적으로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정규직과의 갈등여지가 적다는 점이 꼽혔다.

반면 간접고용은 사용자가 다르고 업무가 정규직과 동일한 경우도 있지만 전혀 다른 경우도 있어 후자의 겨우는 정규직과 조직을 함께 결성하려는 필요성이 떨어진다고 보았다. 또한 사내하청은 정규직과 동일 업무를 수행하지만 간접고용 돼 있는 상태에서 정규직이 원하청 관계에서 오는 이득을 누리고 있는 상태에서 비정규직의 노조가입을 부담스러워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같은 특징은 정규직노조와의 관계에서도 보여진다. 은행노조나 정보통신노조가 비정규직까지 조직확대를 한 이유는 정규직노조가 파업에 돌입했을 때 파업의 효과가 거의 없었던 경험 때문이다. 앞으로 비정규직 조직이 안 된다면 노조의 교섭력에 한계를 보일 것이란 판단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규직노조는 비정규직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게 일반적인 모습니다.

이밖에도 공간적 범위와 직종 범주에 따라 노조형태가 달라지는 경우나 산별노조의 존재 여부에 따라서도 산별노조 산하로 편재되느냐 아니냐로 갈리기도 한다. 

비정규직노조 단체교섭 특징은

비정규직노조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노조의 가장 기본적 활동인 단체교섭의 성사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우선 노조를 인정받는 것 자체부터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근로복지공단이나 울산플랜트, 현대중공업, 현대차울산공장 등은 노조의 정당한 교섭 요구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노조의 투쟁을 불렀다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교섭 테이블 구성을 둘러싸고 쟁점이 벌어지는 게 비정규직 단체교섭의 현실이란 것이다.

간접고용의 경우 원청사용자에 대한 교섭요구가 핵심쟁점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캐리어나 현대차울산공장, 울산플랜트노조 등은 원청 사용자성 문제를 전면에 내걸고 싸운 경우이며 현대차전주공장·시설관리노조 등은 하청이나 도급, 용역, 파견업체들과의 교섭에 주목해 활동했으나 후자의 경우도 결국 최종 협의과정에서 원청의 사용자성 문제는 발생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계약해지 등 노사간 교섭으로 해결될 수 없는 요구사항이 많다고 지적했다. 계약해지 철회가 단체교섭 내용이 아님에도 원청으로부터 계약해지를 당해 일자리를 잃게 되면 노동조건 개선 요구가 계약해지 철회, 정리해고 반대 등의 요구로 이전된다는 것이다.

교섭결과에 대한 특징 중 산별교섭 테이블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갔다. 산별교섭에서 비정규직 관련 합의사항이 잘 이행되지 않고 있으며 노조 또한 이를 강제할만한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는 산업별 노사교섭의 관행이 자리잡지 못한 한국의 노사관계가 향후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비정규직노조 단체행동 특징은

비정규직노조 단체행동의 대표적 특징은 처음부터 투쟁의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18개 사례 노조 중에서도 14개 노조가 파업을 겪었다. 이는 비정규직노조는 설립초기부터 단체교섭 성사와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죽을 각오로” 싸우지 않으면 안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설립초기 파업에서 실패할 경우는 노조역할도 하지 못하거나 소수정예의 장기 저항으로 남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노조 파업투쟁은 종종 극단적인 투쟁형태로 전환되는 특징을 보인다. 공장·크레인 점거농성이나 분신기도 등 대중들의 분노를 촉진할 수 있는 선도투쟁이 많이 선택되고 있다는 것이다.

비정규직노조의 파업 영향력이 강할수록 노노갈등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비슷한 업무를 같은 기업내에서 수행하는 경우 업무이 연관성이 높을 경우 노노갈등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이는 직접-임시계약직, 간접-사내하청, 간접-파견직의 3가지 형태의 비정규직노조에 적용된다.

대표적으로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 파업에 반대하는 조합원 정서에 따라 하루아침에 구사대로 돌아서거나(캐리어) 파업참여 인원에 대한 대체인력을 용인하는(현대차) 일들이 발생한 사례가 꼽힌다. 그러나 논문에서는 앞으로 갈수록 비정규직노조 파업의 위력이 강력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내 비정규직 규모 자체가 증가하고 있고 이들이 업무를 중단했을 때 정규직만으로는 정상적인 업무를 진행하기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노조 파업의 원인은

비정규직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는 원인은 일반적인 노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임금인상 등 노동조건 개선 및 고용안정에 대한 요구가 강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파업과 다른 특징도 보이고 있다. 그것은 무엇일까?

비정규직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는 직접적 이유는 교섭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많은 비정규직노조에서 집단교섭의 형태가 나타나고 있는데, 사용자들이 힘을 분산시키는 기업별교섭을 선호하면서 갈등이 발생한다. 때문에 비정규직노조는 파업을 통해 사용자에 대등한 교섭대상으로 노조를 인식하도록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비정규직노조 파업의 원인 중 하나는 파업 그 자체가 목적인 경우도 있다고 보았다. 비정규직노조 간부 대부분은 단체교섭 자체를 통해 노사갈등이 해결된다고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노사관계의 대등성을 얻기 위한 전략적 선택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비정규직 노사관계 영역의 비제도화 정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비정규직노조 파업의 결과는 승패에 따라 엇갈린다. 이에 따라 파업 이후 조합원에게 미치는 심리적 태도나 현장내 권력을 둘러싼 관리자와의 관계 등에서 크게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비정규직노조 파업의 결과가 합법적인 계약해지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파업에 들어가면 고용관계 단절이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사용자들이 그 어떠한 법적 제약도 없이 계약해지를 단행하는 게 현실이다. 

사례분석을 통한 비정규직 노사관계 특징

◇정규직노조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우선 정규직노조가 같은 사업장에 존재하는 경우도 여러 유형을 보여주고 있다.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노조를 적극 지원했던 사례는 금호타이어와 현대자동차전주공장·GM대우차창원공장 등이다. 이 경우 정규직노조의 활동가 및 조합원 교육, 투쟁 지원 등 물적·인적 지원에 따라 비정규직노조가 급성장하는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반해 근로복지공단비정규직노조는 정규직노조가 규약변경을 해주지 않아 노조설립 자체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정규직노조와의 대립으로 캐리어사내하청노조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으며 현대중공업사내하청노조는 현장 속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경우다.

GM대우차창원공장은 정규직노조가 주도해 사내하청비정규직노조를 만들고 투쟁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나 이러한 활동이 오히려 정규직 조합원의 불만을 사서 결국 정규직노조 집행부가 불신임까지 당해 정규직-비정규직노조간 연대의 끈을 놓게 됐다.

저자는 논문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갈등은 단지 정규직의 이기주의 발로로만 이해할 문제는 아니다”고 밝히고 “정규직의 고용불안 요소를 감안한 현실적·단계적 요구사항의 개발이 비정규직노조 활동 전반에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청 사용자성, 간접고용 노사관계 핵심

원청기업의 사용자성 인정여부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사관계를 풀어가는 핵심열쇠가 되고 있다. 사례분석 대상 중 현대차·금호타이어·GM대우 등의 사내하청이 이에 해당하며 모든 경우 ‘불법파견’과 관련한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사내하청뿐만 아니라 단기프로젝트 도급인 포항건설노조나 전남동부건설노조, 울산플랜트노조 등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다. 이들 노조들은 원청기업은 포스코나 SK 등 원청기업이 노사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원청기업들은 현행 법제도상 사용자성이 없다며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아 사태의 장기화를 부르기도 한다.

파견직의 경우 건물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시설관리노조의 경우 파견업체에 대한 시위는 종종 건물주인인 원청업체에 압박을 가해 사용자에게 부담을 주어 노조요구를 관철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원청업체가 임금인상 등에 따른 비용을 ‘단가’에 감안해주지 않으면 하청·도급업체가 감당할 수 없고 특히 하청·도급업체가 영세할수록 이들의 지불능력이 낮아 노사갈등이 기업을 넘어설 수밖에 없게 된다”며 “대부분 간접고용 노사관계에 있어서 원청기업과의 교섭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잘 싸운 결과가 노조약화로 이어져

논문에서는 비정규직노조가 잘 싸워 투쟁을 승리로 이끌었을 때 그 결과 비정규직노조의 조직력이 약화되는 아이러니에 대한 특징도 설명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금호타이어비정규직노조나 근로복지공단비정규직노조가 해당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내걸고 투쟁한 이들 노조들은 그 투쟁의 성과로 상당수 비정규직들의 정규직화를 이뤄냈다. 하지만 그 결과 비정규직노조 조합원이 급속히 감소되면서 곧 교섭력 약화로 연결된 것이다. 금호타이어는 비정규직노조의 핵심역량들이 정규직화된 사례이고 근로복지공단은 정규직화에 걸림돌이 될까봐 노조활동에 전념하지 않은 경우라는 설명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경우는 2002년 정규직 노사교섭에서 울산공장 정규직 신규채용시 50%를 사내하청 노동자 중에서 선출하기로 하면서 비정규직 조합원은 정규직화 추천권을 가진 사측 관계자를 의식해 비정규직노조 활동에 관심을 보이지 않게 됐다.

저자는 “이같은 문제는 종업원 지위변화가 노조 조합원 지위의 변화를 가져오는 구조로부터 나온 것으로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한 사업장 내 정규직, 비정규직노조가 별개로 존재해선 안 되는 것”이라며 “노조간 조직적 통합이 이뤄진다면 정규직화로 인한 비정규직노조의 약화라는 아이러니를 끊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사관계 후진성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사관계는 상당한 후진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근로복지공단 사례에서 보면 경쟁력 제고를 위한 인건비 축소를 기본으로 하는 정부 예산지침은 필수적인 업무조차 비정규직을 활용하고 외주화 함에 따라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더욱 확산되는 양태를 보였다고 보았다. 공공부문의 같은 비정규직이어도 임시계약직에 비해 업무가 민영화(외주화)되는 순간 노동조건이 현격히 저하되기 때문에 외주화·민영화를 반대하는 노조의 저항은 거셀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 함께 지역일반노조나 여성노조는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업종·산업·고용형태의 노동자들이 조직돼 있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들 노조의 핵심적 과제는 안정적 교섭틀을 유지하느냐에 있다는 것. 지역단위의 산업, 업종, 기업을 뛰어넘는 교섭틀을 형성하는 것이 현재 조건상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노조 집행부가 1년 내내 교섭을 벌여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이들 비정규직노조들은 앞으로 안정적인 활동을 해나가기 위해 교섭방식과 관련한 현실적인 전망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비정규직노조 효과성에 영향 미치는 요인

18개 비정규직노조 사례분석을 통해 확인된 비정규직노조 효과성에 영향을 미치는 조직행위 요인으로 노조 자체적으로는 △노조결성 이전 활동가그룹 형성과 공동준비 △노조결성 시기 조합원 참여 △교섭·투쟁 시기 조합원 참여는 물론 내부자원 동원, 유리한 여론 △단협 (미)체결 이후 조직원 확대 등이 주요하게 꼽혔다.

또한 노동·시민단체 등 외부조직이 △노조결성 이전 활동가그룹을 발굴 교육하고 △노조결성 시기와 교섭·투쟁 시기에 적극 지원하는 한편 △단협 (미)체결 이후 지속적 지원을 해주는 것이 노조의 효과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노사간 교섭성사를 위해 어느 정도 노력하느냐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고 논문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비정규직노조 효과성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환경적 요인으로는 △직접고용의 경우 비정규직 개개인들이 가진 숙련도 등이 노조 교섭력이나 효과성에 영향을 미쳤고 이외에 공공부문 여부와 어떤 산업과 업종 종사자냐가 주요한 환경적 요인으로 꼽혔다. 또 △간접고용의 경우 노조활동에 대한 법제도적 제약의 여부가 노조활동에 중요한 변수로 꼽혔다. 특히 원청 사용자성 문제는 간접고용에서 최대 쟁점 중 하나이며 법률적 근거도 명확하지 않고 법원의 판례도 조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 구체적인 노조활동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이밖에 정규직과의 관계에 있어서 작업방식이나 노조 조직구조 등이 비정규직노조 효과성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꼽혔다. 

계량분석 통한 비정규직노조 효과성

논문은 또한 계량분석을 통해 비정규직노조 효과성에 접근하고 있다. 노조효과성을 “노조의 목표 성취가 가능하도록 하는 활동과 조직 특성”으로 정의된다고 소개했다. 제1수준인 ‘상시적 목표’로 조합원 참여, 고충처리, 조직화, 지도자와 전문가의 육성, 정치활동 참여이며, 제2수준인 ‘비상시적 목표’로 단체교섭, 노조승인 선거승리, 조직화 운동의 완성 등이라고 밝혔다.

논문에서는 노조효과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서 법제도적 제약, 직무중요도, 고용형태, 조합원 참여, 초기업 조직형태, 노조 재정적 지원, 노사정3자 테이블 구성, 정규직노조 구성 등으로 보았다.<표2 참조>


이에 따르면 ‘법제도적 제약’이 교섭력과 노조효과성에 통계적으로 모두 유의미하지는 않았다. 다만, 노조효과성을 조합원성과와 조직성과로 구분한 결과 조직성과에서 (-)관계가 나타났다. 법제도적 제약이 비정규직노조 활동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직무중요도’ 부문에서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교섭력에서는 (+)관계이나 노조효과성에서 (-)관계가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직무중요도가 높은 업무라도 비용절감 목적을 외주화하는 한국 노동시장의 현실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고용형태’는 직·간접 고용간 노조교섭력이나 효과성 차이는 통계적 유의도가 있는 것으로 나오지 않았으나 직접·특고 및 혼합간 직접고용노조가 더 교섭력과 효과성 모두 큰 것으로 나왔다.

‘조합원 참여’, ‘초기업 조직형태’, ‘노조 재정적 지원’, ‘노사정3자 테이블 구성’ 변수는 사례연구와 계량분석 결과가 모두 일치했다. 이 가운데 조직형태는 노조효과성을 목표달성과 조직성과로 구분해 분석한 결과 조합원 성과보다는 조직성과에서 더 강한 (+)관계가 나왔다. 초기업노조가 기업별노조보다 비정규직노조의 생존이라는 측면, 특히 조합원수 증가에서 훨씬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는 반대로 노사정3자 테이블은 조합원성과에 더 유의하게 영향을 미치고 특히 고용불안 감소와 강하게 (+)관계를 맺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규직노조’가 지원하는 경우 비정규직노조 효과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동시에 정규직노조의 지원은 비정규직노조의 자체교섭력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있다. 

비정규직노조 효과성 연구의 시사점

이 연구의 시사점은 무엇일까. 논문에서는 우선 비정규직 노사관계에 대한 법제도적 환경개선이 필요하다고 우선적으로 지적했다. 노동자성이 부정되는 특수고용이나 안정적 교섭권 확보가 어려운 혼합형 등 현행법으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고용형태의 교섭력과 노조효과성이 다른 형태보다도 낮은 것으로 연구결과 나타났다는 것이다.

또한 직무중요도 및 숙련도가 일반적으로 교섭력과 노조효과성에 영향력이 강하나 비정규직노조의 경우는 (+)관계로만 지지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노조효과성에서 (-)관계가 나온 것을 주목해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복리후생 개선과 단협체결에서도 (-)관계로 나왔다.

노조행위 요인 중 조합원 참여가교섭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나옴에 따라 노조교섭력 강화를 위해선 조합원 참여를 독려하고 조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노사정3자 합의구조와 관련, (비정규직)노조 교섭력이 점점 약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어느 일방의 힘의 우위는 노사관계 불안정을 높여주게 되므로 정부의 태도가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특히 비정규직노조의 경우 아직 법제도적으로 안정적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법제도 개선 및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요구받고 있고 지역이나 업종단위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상태에서 노사정 3자 합의구조는 비정규직 노사관계에서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논문에서 '정규직노조 지원방식의 중요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규직노조의 지원이 비정규직노조 효과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나 더 중요한 것은 지원 내용과 방식에 있다는 점을 이 연구에서는 보여주고 있다. 즉 비정규직노조를 대신한 정규직노조의 교섭은 비정규직노조 교섭력 증가에는 별 효과가 없었던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분석은 이랜드·코스콤 사태 등 갈수록 확산되는 비정규직 노사분쟁을 겪고 있는 한국의 비정규직 노사관계의 방향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커 보인다.

정리=연윤정 기자
 
 
<매일노동뉴스> 2007년 11월 16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