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파업지도부는 이와 관련, 26일 오전 10시30분께 노조원들을 대운동장에 집결시켜 파업 결의대회를 겸한 진압 대응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당초 26일 오전 9시를 전후한 시점에 경찰 병력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 사수대를 이미 보강 편성하는 등 대비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파업지도부는 일부 사수대를 고봉산 3부 능선에까지 전진 배치하는 등 경찰쪽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오전 10시 50분 현재 농성장 주변의 경찰 움직임에선 이렇다 할 변화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23일 첫번째 진입을 시도할 당시 경찰이 기동로로 활용했던 일산 연수원 뒷편 고봉산 자락에서도 경찰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 있다. 연수원 외곽에 경찰 병력이 증강되기 시작했다는 보고도 상황실에 접수된 게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와 관련해 “병력 상황에 특이점이 없고, 또 진압을 준비하기 위해선 사전 기동로 이동 등에 최소 한, 두시간 이상씩 걸려 충분히 감시망에 포착될 수 있는데 이상 징후가 전혀 없다”며 “또 다시 무력시위로 자진해산을 유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기도 했다.
한편, 노조원들은 경찰병력 투입설이 퍼진 상황에서도 평소와 다름없이 침착하게 세면과 아침 식사 등 일상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파업지도부 역시 현시점에선 오전 오후 한차례씩 결의대회를 갖는 등 예정된 파업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투입 문제 없나>
파업 농성장인 일산 수련원 일대의 지형적 조건을 감안할 때 경찰이 실제 강제진압에 나설 경우 상당수의 부상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봉산이 마치 양팔로 수련원을 감싸듯 펼쳐져 있어 경찰 진입로가 제한돼 있을 뿐 아니라 수련원 남쪽 대운동장 뒤편은 10여 미터 높이의 절벽으로 돼있다. 또한 진압작전의 필요 요건인 퇴로 역시 폭 10여 미터의 병목 지형인 정문 밖에 없는 실정이다.
만약 경찰이 해산을 목적으로 진압에 나설 경우 지형 여건상 결과적으로 토끼몰이식 진압이 될 공산이 크며, 이 때 1만 명이 넘는 인원이 경찰과 거리를 둘 수 있는 대운동장 남쪽 절벽이나 정문쪽으로 급격히 몰리게 되면 불상사가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사정과 관련해 파업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일선 경찰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는 병력 투입이 강행된다면, 이는 정권적 차원의 결정에 따른 결과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