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렛 매장을 운영 중인 이랜드그룹 산하 (주)뉴코아가 노동법 위반에 있어서만큼은 '백화점급'인 것으로 확인됐다.

9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노동부의 '뉴코아 근로감독 시정지시서'에 따르면 뉴코아는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계약기간이 명시되지 않은 근로계약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주 임의대로 비정규 노동자들의 계약기간을 수정한 사실이 드러났고, 임금체불이나 여성노동자에 대한 연장근로를 강제한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심지어 임신 중인 여성노동자들에게 매일 1시간씩 연장근로를 강제하기도 했다. 노동부가 지난 5월16일부터 나흘 동안 뉴코아 전 매장에 대해 근로감독을 시행한 후 작성한 시정지시서에 담겨 있는 내용이다.



◇대기업 맞나? 임금체불도 가지가지=우선 뉴코아는 퇴직금과 휴일·연장근로수당, 연차수당을 제때 지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1월 퇴직한 서아무개씨 등 49명에 대해 퇴직금 지급기일 연장에 대한 당사자 간 합의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퇴직금을 늦게 지급했다. '퇴직 후 14일 이내에 임금 등 일체 금품을 지급하라'고 명시한 근로기준법 36조를 위반한 사례다. 퇴직금 지연 지급 사례는 노동부의 근로감독이 한창이던 지난 5월에도 발생했다.

뉴코아는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적게 주기도 했다.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토록 돼 있는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을 576명의 노동자들에게 과소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기법 55조 위반이다. 뉴코아는 또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노동자 7명의 연차수당 역시 적게 지급했다. 근기법 68조 1항 위반이다.

◇임신 여성에 연장근로 강요=뉴코아는 올해 노동절에 안아무개씨 등 여성노동자 29명에게 동의를 얻지 않은 채 휴일근로를 시켰다. 근기법 68조는 '18세 이상의 여성을 휴일에 근로시키고자 할 때에는 해당 노동자에게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뉴코아는 심지어 안아무개씨 등 임신한 여성직원 2명에게 매일 1시간씩 연장근로를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가 강하게 문제를 제기해온 '백지계약'을 비롯한 편법 사례 역시 노동부 조사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뉴코아는 비정규 노동자의 계약기간을 임의로 수정, 해당 노동자에게 재계약을 강요했다.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임금·근로시간·근로조건 등을 명시하도록 한 근기법 24조를 위반한 것이다. 뉴코아는 계약기간이 수정된 근로계약서를 해당 노동자들에게 교부하지 않았다. 근기법 24조와 25조 위반이다.

◇노동계, 특별근로감독 요구='뉴코아는 불법천지'라는 노조의 주장이 노동부의 조사 결과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노동계는 "특별근로감독을 즉각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권동희 공인노무사는 "정부기관인 노동부의 조사에서 뉴코아의 불법 사례가 무더기로 발견됐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정부는 근로감독 이후 회사가 시정조치를 잘 이행하고 있는지 재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양수 뉴코아노조 위원장도 "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요구했으나, 노사관계가 악화될 것이 우려돼 근로감독 시기를 조율 중이라는 답변을 들었다"며 "파업사태로 치닫은 뉴코아의 노사관계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노사교섭과 동시에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부가 근로감독 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2개월 동안 뉴코아의 노사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치달았다.
 
 2개월 동안 '손 놓은' 노동부, '무시한' 뉴코아
근로감독 불구, 뉴코아 외주화 강압 여전
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를 보면, 그동안 뉴코아가 근로기준법을 일상적으로 여겨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뉴코아가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법 조항을 편법으로 해석한 정황도 드러난다. 노동부가 뉴코아에 대한 근로감독을 종료한지 48일이 지난 9일 현재, 뉴코아에서 발생한 법 위반사항들은 얼마나 시정됐을까.
 

뉴코아가 지난달 14일 노동부에 제출한 '시정지시 이행여부 중간보고' 공문에 따르면 뉴코아는 퇴직급 지연 지급 건, 휴일·연장근로수당 과소 지급 건 등 임금과 관련해 적발된 사항은 대부분 시정했다. 노조 역시 "해결된 걸로 안다"고 밝혔다.
 

뉴코아는 그러나 노조가 강하게 문제를 제기해온 비정규직에 대한 '0개월 계약(초단기 계약)', '백지 계약(계약기간 수정)'에 대해서는 "재발 방지를 위해 업무지시를 완료했다"고만 밝히고 있다. 반면 노조는 "편법 사례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최호섭 뉴코아노조 사무국장은 "비정규 노동자의 근로계약기간을 축소하거나 수정한 사례가 노동부의 근로감독을 통해 확인됐지만, 근로감독 시행 전 계약해지된 노동자들은 구제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로감독이 끝난 후, 문제가 된 0개월 계약서나 백지계약서의 계약기간이 연장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회사는 여전히 해당 노동자들에게 용역업체 전환을 강요하고, 이를 거부한 노동자들에게 부당한 전보발령을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0개월 계약서와 백지 계약서를 둘러싼 노사갈등이 회사측의 계산업무 비정규직 외주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동부 근로감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노동부는 근로감독 후 발생하고 있는 회사측의 외주화 강압과 전보발령 사례에 대해 어떤 후속조치를 준비하고 있을까.
 

뉴코아 본점과 평촌·과천·산본·광명·평촌엔씨백화점 등 6개 매장을 관할하고 있는 경인지방노동청 안양지청의 한 관계자는 "근로감독 후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노조를 통해 듣고 있다"며 "6월 중순께 노조에 관련자료 제출을 요청해 놓은 상태인데, 아직 노조로부터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노동부의 시정명령을 비웃기라도 하듯, 뉴코아는 비정규직에 대한 외주화를 추진하며 "비정규직법 때문에 계산업무 외주화가 불가피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특별근로감독을 해서라도 뉴코아의 위법사항을 적발하겠다"던 노동부는 "회사측을 과도하게 압박하면 노사관계가 파행으로 치달을 위험이 높기 때문에 특별근로감독에 대한 시기조정이 필요하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뉴코아노조 조합원 5백여명이 지난 8일 매장점거에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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