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공판에서 판사는 “집회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혐의가 인정되는 공모공동정범이론에 일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대법판례가 있기 때문에 혐의를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허영구 부위원장 혐의가 적용된 사건은 비정규직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날인 지난해 12월1일 민주노총 집회다.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집회가 끝난 뒤 시위대는 국회 쪽으로 행진했고, 각목과 죽봉으로 무장한 일부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이와 관련해 1심에서 서울중앙지법은 허영구 부위원장이 △민주노총 지도부로서 대열 맨 앞에서 집회를 적극 주도한 점 △일부 조합원들이 죽봉을 들고 있는 것을 목격한 점 △시위대와 경찰의 물리적 충돌로 경찰 부상을 예견할 수 있었다는 점을 이유로, “공모관계가 성립된다”며 “피고인들은 범행의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반면 변호인 쪽은 항소 이유서에서 “집회에서 발생한 폭력행위와 그 결과가 사전에 계획돼 일사분란한 조직적 지휘에 따라 발생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가맹산하 조직마다 의견이 다른 여러개 현장 조직이 존재하는 민주노총 특성상, 일부 시위대가 진행한 강경 시위에 대해 민주노총 지도부가 전부 책임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변호인 측은 “주최 단체 부위원장으로서 집회 결과나 상황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 인정과 재발방지 노력은 필요하지만 발생한 모든 결과에 대해 공모공동정범의 법적 책임을 지울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온 것.
공모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함께 범죄를 논의해, 함께 실행한 것을 말한다. 구체적인 증거가 없어도 집회 현장에서 맨 앞에 있었고, 죽봉을 목격했고, 경찰 부상을 예견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공모공동정범 이론이 적용된 것이다.
허영구 부위원장을 변호한 권두섭 변호사는 “공동정범의 구성요소를 불리하게 확장한 것으로, (법률이 범죄로서 규정하지 않았다면 처벌할 수 없는)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권영국 민변 변호사는 “연대투쟁 과정에서 구속된 대부분의 노조간부들에게 공모공동정범이론이 적용되고 있다”며 “그 폐해는 증거재판주의의 대원칙을 훼손할 지경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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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 2007년 7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