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직권중재 폐지 대신 필수유지업무 제도 도입을 대표적인 노사관계 선진화제도 개선으로 내세워 왔다. 그러나 노조법 시행령에는 국제노동기구(ILO)가 정부에 권고한 내용조차 무시됐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ILO 이사회는 지난 14일 한국정부에 대한 권고안을 담은 ‘결사의자유위원회’ 보고서를 채택했다. ILO는 이 보고서를 통해 ‘파업권이 엄격한 의미에서의 필수서비스에서만 제한되도록 노조법 제71조 2항의 필수공익사업 목록을 수정하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정부는 노조법 시행령에서 이에 해당하지 않는 석유, 은행, 우정, 일반운송, 도시운송 등의 사업의 주요업무를 모두 포함시키고 있다. 정부가 누차 강조해온 ‘국제기준에 맞도록 제도를 개선했다’는 주장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ILO는 또, “법제화와 관련하여 중요한 진전들이 있었지만, 심각한 현안들이 여전히 남아있다”면서 “긴급 조정의 경우 모든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신뢰를 받고 있는 독립적인 기관이 부과할 경우와 결사의 자유원칙에 부합하게 파업을 제한할 수 있는 때만 발동할 수 있도록, 긴급조정 관련 노조법 조항(76~80조)을 개정하라”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는 정부가 직권중재를 폐지하는 대신 필수유지업무 도입, 대체근로 허용, 긴급조정권 발동 등을 통해 여전히 파업권을 삼중규제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ILO 역시 이 같은 노동계의 주장을 전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것. 하지만 이 역시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서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아울러 ILO는 “최소서비스 의무(필수유지업무)가 도입됐다는 점에 주목한다”면서 필수유지업무의 구체적 사례와 유지 수준, 이의 결정절차 등을 계속 보고할 것을 우리 정부측에 요청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동부는 엄격한 의미의 필수서비스를 제외하고 정부가 쟁의과정에 개입할 것을 삼갈 것과 함께, 최소서비스의 수준과 이를 결정하기 위한 절차에 대해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이번 권고안을 다시 한번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지난 2월 우리정부는 “직권중재 폐지 등 노사정 합의로 이끌어낸 주목할 만한 진전에도 몇몇 노조가 과장하거나 거짓선전하고 있어 ILO가 오해하고 있다”는 답변서를 ILO에 전달한 바 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6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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