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내년 1월부터 필수유지업무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철도와 지하철 기관사들의 파업 참가가 제한되는 등 필수공익사업장 대부분의 주요업무가 필수유지업무 범위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매일노동뉴스>가 단독 입수한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에 따르면 11개 필수공익사업장의 주요업무가 매우 구체적으로 필수유지업무로 규정되어 있으며, 필수유지업무가 정상적으로 가동되더라도 대체근로 투입이 허용된다.

노동부는 이번 시행령에서 철도사업의 경우 운전·관제·전기·차량정비 업무(중정비는 제외)·선로 등 업무 대부분을 필수유지업무로 포함시켰다. 항공사업에서도 탑승수속·보안검색·탑제관리와 시스템·통신의 유지·보수 업무와 항공기 정비·수하물 등의 탑재·하기 관련 업무 등 주요업무 대다수가 필수유지업무로 묶임에 따라 파업에 돌입해도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게 됐다.

수도사업의 경우도 취수·정수·가압·배수시설의 운영 업무와 수도시설 통합시스템과 계측·제어설비의 운영 업무를 비롯해 수도시설 긴급복구 등의 법정규제 준수를 위한 업무까지 필수유지업무 범위에 들어갔다. 전기사업 역시 마찬가지로 발전소 업무 중 발전설비의 운전·정비(계획예방정비는 제외)와 기술지원·안전관리업무, 송·변전 및 배전업무 가운데 지역급전소·급전분소·유인변전소 운영업무, 이외에도 정정·배전운영실 계통관리나 배전사령실 운영, 통신센터는 파업 시에도 필수인력을 유지해야 한다.

가스사업(액화석유가스 제외)과 석유정제사업, 석유공급사업은 이보다 포괄적으로, 인수·제조·저장·공급·긴급·정비·안전관리 업무 모두가 필수유지업무로 포함됐다. 병원사업의 필수유지업무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2조2호의 응급의료 업무에 준하는 응급실·중환자실·수술실·마취실·분만실 등 대부분이 이에 해당된다. 혈액공급사업은 보다 광범위한 체혈·검사·제제·수송업무로 명시됐다.

한국은행의 경우 한국은행법에서 규정한 통화신용정책과 한국은행 운영에 관한 업무, 한국은행권 발행 등의 업무 외에도 이를 지원하기 위한 각종 전산시스템 운영·통신·시설보호까지 포함되어 있으며, 다른 법령에 따라 한국은행에 위임 또는 위탁된 업무도 필수유지업무 범위에 들어가 있다.

통신사업은 기간망과 가입자망의 운영·관리 업무, 가입자 고장신고 접수·수리 업무가, 우정사업은 우편법 14조의 기본우편업무 외에도 내용증명과 특별송달업무가 필수유지업무 범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같이 구체적으로 열거한 업무 이외에도 ‘이에 준하는 업무’를 각 사업마다 명시해놓고 있어, 필수유지업무 범위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따라 필수유지업무의 유지·운영을 정하는 노사협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이밖에도 시행령은 파업참가자 수(노동조합이 주도한 파업에 참가한 사람 가운데 근로의무가 있는 근로시간 중 일부 또는 전부의 근로를 제공하지 않는 자)를 1일 단위로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된 노조법은 필수공익사업장에 한해 파업참가자가 50%를 초과하지 범위 내에서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있어, 필수유지업무가 정상적으로 가동되더라도 이와 관계없이 대체근로 투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 노사관계법제팀 관계자는 “지난주까지 관계부처로부터 의견 수렴은 마쳤으며 현재 노동부 내에서 이를 최종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열린 토론회에서 공개된 내용을 바탕으로 필수유지업무 범위를 최소화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동계는 “정부가 사실상 필수공익사업장의 파업을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이상훈 정책부장은 “필수공익사업장 대부분의 업무가 필수유지업무에 포함된 것이나 다름없으며, 이는 필수서비스와 최소서비스를 구분하고 있는 국제노동기준과도 크게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오는 28일경 집회를 열고 필수공익사업장 노동기본권을 제약하는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계획이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6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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