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당시 저희들이 KTX 열차 안에 있었다면, 승객들이 유리창을 깨고 비상탈출을 시도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지난 13일 경부고속철도구간에서 KTX 열차가 충격완화장치 나사가 부러져 운행을 중단한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부러진 나사가 철로 자갈을 긁으면서 자갈이 열차 유리창을 때려 깨지고, 이에 놀란 승객들이 유리창을 깨 비상 탈출을 시도하다가 유리파편에 다치기도 했다. 하지만 열차는 이 사실을 모른 채 10여분간을 달리다가 승객들이 기관사에게 직접 연락한 뒤에야 멈춰섰다.

18일 교수모임 기자회견에서 KTX와 새마을호 여승무원들은 안전교육을 받고 사고시 조치에 대한 권한까지 있었던 자신들이 사고난 열차에 타고 있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속철도가 개통된 2004년 5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KTX 승무원으로 일했던 오미선씨는 “당시 우리가 받은 안전교육과 사고조치에 따르면 유리창을 깨기 전에 유니폼이나 좌석 시트로 승객들의 몸을 감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씨는 또 “당시 상황은 유리창을 깨고 나갈 만큼 위급한 상황은 아니었다”며 “우리는 승강문을 비상개방하는 방법도, 비상사다리를 설치하는 방법도 배웠다”고 말했다.

지난해 승무 업무에 대한 불법파견 논쟁이 일면서 철도공사는 승무원들의 안전조치 권한을 없애고 안내와 판매업무만 담당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13일 사고당시 열차안에 있던 승무원들도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오미선씨 설명이다.

오씨는 “우리가 일할 때는 승무원이 열차팀장이나 기장에게 사고사실을 알릴 수도 있었고, 이것도 여의치 않으면 열차를 통제하는 사령에게 직접 연락할 수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현재 철도공사 규정에 따르면 안전조치를 취할 수 있는 사람은 열차팀장 한명 뿐이다. 따라서 13일 사고당시 열차팀장 혼자서 사고 대책을 세우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오씨는 또 “현재 자회사 소속 승무원들이 안전교육을 받았어도 부족한 인원으로 제대로 된 대처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공사는 개통전 열차당 최소한 5명의 승무원이 필요하다고 계획안을 만들었지만, 개통할 시에는 4명으로, 최근에는 2-3명으로 줄어들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6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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