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물가수준은 세계 주요도시와 비교해 어떨까. 한국은행이 12일 답을 내놓았는데, 정답은 '같기도'다. 한국은행은 이날 배포한 '우리나라 물가수준의 국제비교'를 통해 "일부 특정 품목이나 특정 계층의 소비지출 구조를 반영한 우리나라의 물가수준은 상당히 높지만,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대상으로 하면 주요 선진국보다 낮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비즈니스 트래블 뉴스'는 서울의 하루 체재비를 미화 396달러로 정했다. 미국을 제외한 세계 100대 도시 중 8위다. 국제 컨설팅업체인 머서(Mercer)사가 지난해 3월 공개한 주요도시 물가자료에서도 서울은 비교대상 도시 144곳 중 2위로 조사됐다. 국제연합(UN)은 올해 3월 서울의 일일 출장수당으로 366달러를 책정했다. 뉴욕(347달러)이나 동경(280달러)보다 비쌌다.

반면에 지난해 4월 UBS자료에 의하면 서울 물가는 전세계 대도시 71곳 중 24위로 낮은 수준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을 대상으로 3년마다 조사하는 비교물가수준(CPL)에서 우리나라는 4개 그룹 중 물가가 비교적 싼 중하위 그룹에 속했다.
 
서울의 물가수준이 비싼 것 '같기도', 싼 것 '같기도' 한 이유는 조사기관마다 산정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트래블 뉴스'는 서울 체재비를 계산할 때 특1급 이상 호텔에 거주하는 미국인 사업가를 기준으로 1인 하루 숙박비·식사비·부대비용을 합한다.
 
UN은 해외출장자의 실비 정산액을, 머서사는 다국적기업 주재원의 생활비를 기초로 물가수준을 정한다. 이에 반해 OECD는 그 나라의 국내총생산(GDP)과 구성요소들의 가격·물량자료를 기초로 구매력을 평가하고, 비교물가수준 산정에 환율과 시장환율을 반영한다.

큰 폭의 원화절상도 체감 물가수준을 높이는 변수 중 하나다. 예컨대, 2002~2006년 동안 우리나라의 대미 달러환율은 42.5% 절상됐다. 양국의 물가수준이 그대로 유지됐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물가가 미국보다 42.5% 더 비싸졌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서울의 물가수준은 조사기관, 대상품목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해석·인용에 신중을 요한다"며 "환율변동 착시현상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6월 13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