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은 10일 발표한 보고서(′설비투자 행태의 한·일간 비교와 정책적 시사점′)에서 ″IT와 비IT 산업간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한국과 달리 일본은 고른 분포를 유지하고 있다″며 ″한국은 IT산업의 설비투자 비중이 전체의 60~80%를 기록하고 있어 편중도가 매우 심각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설비투자는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GDP의 14% 수준을 유지했지만, 이후 줄곧 하락해 최근에는 9% 수준까지 내려왔다. 반면에 일본의 설비투자는 같은 시기에 GDP 대비 9~11% 구간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외환위기 직후인 98년을 빼면, 한국이 일본보다 GDP 대비 설비투자 비중이 높았지만 2005년에는 이마저도 역전됐다. 연구원은 ″한국 경제가 중진국의 함정에 빠질 위기에 처해 있다″며 ″현재 4~5%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6%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설비투자가 경제의 생산능력을 최종적으로 결정짓는 요소인 만큼,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해서라도 설비투자의 대폭 확충이 시급하다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GDP 대비 설비투자 비중이 줄어드는 것과 함께 우려되는 대목은 설비투자가 IT산업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IT산업은 반도체와 가전, 산업용전자, 전자산업(통신·음향기기)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외환위기 이후 IT산업 설비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 산업 설비투자에서 60~80%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산업별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인 일본에 비해 매우 심각한 편중도를 보여준다.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전통 주력산업인 철강·화학·자동차 등 자본집약적인 장치산업의 국내투자가 성숙단계에 접어들었고, 연구개발 투자가 상대적으로 미진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 결과 제조업의 설비투자는 IT산업의 부침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IT산업의 경기가 주춤했던 2005년과 2006년의 경우 우리나라 설비투자 증가율은 각각 7.4%, 8.5%에 그쳤다. 지난 6년 동안 연평균 11.8%의 증가율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2%포인트 내외 줄어든 것이다. 이는 전기전자부문의 설비투자가 2005년(-3.6%)과 2006년(-2.2%)에 2년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구원은 기업의 투자활력을 제고하는 한편, ″비IT와 서비스업 분야에 대한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기업에 세액공제와 재정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6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