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설비투자가 지난 90년대 이후 정보기술(IT) 부문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005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설비투자 비중은 경제규모와 성장률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역전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0일 발표한 보고서(′설비투자 행태의 한·일간 비교와 정책적 시사점′)에서 ″IT와 비IT 산업간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한국과 달리 일본은 고른 분포를 유지하고 있다″며 ″한국은 IT산업의 설비투자 비중이 전체의 60~80%를 기록하고 있어 편중도가 매우 심각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설비투자는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GDP의 14% 수준을 유지했지만, 이후 줄곧 하락해 최근에는 9% 수준까지 내려왔다. 반면에 일본의 설비투자는 같은 시기에 GDP 대비 9~11% 구간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외환위기 직후인 98년을 빼면, 한국이 일본보다 GDP 대비 설비투자 비중이 높았지만 2005년에는 이마저도 역전됐다. 연구원은 ″한국 경제가 중진국의 함정에 빠질 위기에 처해 있다″며 ″현재 4~5%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6%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설비투자가 경제의 생산능력을 최종적으로 결정짓는 요소인 만큼,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해서라도 설비투자의 대폭 확충이 시급하다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GDP 대비 설비투자 비중이 줄어드는 것과 함께 우려되는 대목은 설비투자가 IT산업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IT산업은 반도체와 가전, 산업용전자, 전자산업(통신·음향기기)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외환위기 이후 IT산업 설비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 산업 설비투자에서 60~80%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산업별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인 일본에 비해 매우 심각한 편중도를 보여준다.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전통 주력산업인 철강·화학·자동차 등 자본집약적인 장치산업의 국내투자가 성숙단계에 접어들었고, 연구개발 투자가 상대적으로 미진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 결과 제조업의 설비투자는 IT산업의 부침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IT산업의 경기가 주춤했던 2005년과 2006년의 경우 우리나라 설비투자 증가율은 각각 7.4%, 8.5%에 그쳤다. 지난 6년 동안 연평균 11.8%의 증가율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2%포인트 내외 줄어든 것이다. 이는 전기전자부문의 설비투자가 2005년(-3.6%)과 2006년(-2.2%)에 2년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구원은 기업의 투자활력을 제고하는 한편, ″비IT와 서비스업 분야에 대한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기업에 세액공제와 재정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6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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