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노총 대의원들은 '노동조합이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사실상 일치했다. 민주노총 대의원의 91.3%, 한국노총 대의원의 84.8%이 여기에 동의한 것. 한국노총 대의원의 14.6%가 여기에 반대했지만, 그것이 정치 참여 자체를 반대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치 참여와 관련된 '잡음'을 반대하는 것인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정치 참여'라는 대전제에서는 직업별, 지역별 차이도 거의 없었고, 특히 이 질문 항목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민주노총 1.9%, 한국노총 0.5%로 나와 이미 대다수 양대노총 대의원들의 생각은 확고부동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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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 한국노총은 정책연대

문제는 노선과 방법이다. 민주노총 대의원들은 74.9%가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원을 강화' 하는 방법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한국노총 대의원들은 63.9%가 '기존 정당과의 정책연대'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 수치는 정치에 관한 한 양대노총 사이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벌어져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특히 이 질문 항목 역시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민주노총 1.5%, 한국노총 1.3%로 나와 방법과 관련해서도 양대노총 대의원들의 생각은 이미 확정적이다.

다만 특기할 것은, 민주노총 응답자 가운데 13.0%가 '독자적 정당 건설'을 꼽았는데, 이 결과는 민주노총 내부에 존재하는 정파 노선의 차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노동자의 힘' 등은 민주노동당 배타적 지지를 부정하고 있다. 한국노총 응답자 가운데에서도 15.4%가 '독자적 정당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이른바 '반기성정당 비민주노동당'을 표방하는 흐름이 한국노총 내부에 일정 정도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양대노총 내부에 존재하는 이러한 이질적 흐름이 실제적인 '행동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된 바가 없다. 다만 이 수치로 볼 때 아직까지는 가능성의 차원에서 머무르고 있지 않느냐는 평가다.

방법이 다른 데에는 노선이 다른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양대노총 대의원들은 지지 정당 및 후보, 그리고 투표 행위에 있어서도 상이한 좌표를 보이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셨습니까'라는 물음에 민주노총은 72.9%의 응답자가 권영길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밝힌 반면, 한국노총은 44.9%의 응답자가 노무현 후보를, 28.7%의 응답자가 이회창 후보를, 14.9%의 응답자가 권영길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밝혔다.

지지정당 역시 민주노총은 91.7%의 응답자가 민주노동당을 꼽았지만, 한국노총은 한나라당 39.1%, 민주노동당 18.6%, 열린우리당 6.9%의 순이었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자가 29.3%에 달했다. 이번 대선에서 지지하는 후보를 묻는 질문에도 민주노총은 권영길 38.1%, 심상정 20.7%, 노회찬 15.5%의 순으로 민주노동당 예비후보들이 70% 이상을 차지했으나, 한국노총은 이명박 29.8%, 손학규 23.9%, 박근혜 13.3%의 순으로 상위 3명이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거나 출신으로 이 세 후보 지지율을 더한 값이 70%를 상회해, 민주노총의 그것과 결정적인 대조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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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44% 이·박 지지 … 45% 이·박은 반노동자

그러나 다음의 수치들은 향후 양대노총, 특히 한국노총의 정치적 스탠스가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음미해 볼 만하다.

한국노총 대의원들 가운데 정치참여 방법, 지지정당, 지지후보, 지난 대선 때 투표한 후보 등의 질문 항목에서 민주노동당을 꼽은 비율이 대략 15%선이다. 이 수치는 특히 금융 부문으로 가면 더 올라가는데, 금융 부문의 경우 '민주노동당 지원 강화'(18.4%), '민주노동당 지지'(37.5%), '민주노동당 후보 지지'(20.0%), '권영길 후보에 투표'(25.0%)로 한국노총 평균치를 훨씬 웃돌았다. 이와 관련, 금융노조의 한 간부는 "투표 때는 막상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금융노동자들은 한국노총이 지금까지 취해 온 정치적 스탠스를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민주노동당의 폐쇄적이고 편향적인 부분을 우려하는 것이지 사회개혁적인 부분을 놓고 보면 민주노동당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조합원들이 많다"고 밝혔다.

비단 금융노조의 사례만이 아니라 이와 같은 양상은 이번 설문조사 곳곳에서 확인된다. 한국노총 대의원들의 24.5%가 '기피 정당'으로 한나라당을 지목했고(금융노조 40%), '가장 반노동자적 후보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31.4%가 이명박 후보(금융노조 37.5%)를, 13.6%가 박근혜 후보(금융노조 27.5)를 꼽았다. 결국 민주노총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노총은 정치노선의 응집력이 강하지 않다는 것이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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