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 노사관계에 또다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노사관계 측면에서 이랜드 그룹에 관심이 쏠렸던 시점은 지난 2000년도다. 당시에는 두 가지가 의미가 있었다.

하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다. 이랜드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장기 파업을 벌였다. 당시 정규직 노조들은 폐쇄적이었고, 비정규직 노조는 독자적 노조 설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이랜드 노조의 선택과 그 향방에 관심이 쏠리게 된 것이다.

두 번째는 이랜드그룹의 독특한 기업문화다. 이랜드그룹의 독특한 기업문화가 알려진 것은 노조가 장기파업을 벌였던 시점이다. 이랜드그룹은 입사한 직원에게 기독교적 직업관과 성경공부를 시켰고, 별도의 시험제도를 운영했다. 직원들은 성경공부·시험준비 모임을 만들었고, 이 모임은 이랜드그룹의 관리체계나 다름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의 인사와 노동조건은 사용자측의 우위 하에 일방적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랜드그룹은 직원교육을 기업홍보 수단으로 활용했다. 분할과 통합 과정을 통해 몸집을 불렸던 이랜드그룹이 독특한 관리체계와 기업이미지를 구축한 것도 이러한 직원교육과 홍보활동 때문이다. 노동조합이 부정되고, 무력화됐던 것은 이러한 맥락과 관련이 깊다.

7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대형마트인 까르푸를 인수하고, 그룹의 몸집을 불렸다. 유통업계 자산순위를 보면 경쟁사인 현대백화점을 제치고, 단숨에 26위에 올랐다. 비약적인 성장을 한 셈이다. 그런데도 이랜드그룹 노사관계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기업 분할과 통합은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이 과정에서 집단 해고는 여전하다. 특히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그 화살이 집중적으로 옮겨지고 있을 뿐이다. 지난해 홈에버를 인수한 이랜드그룹은 최근 비용절감 차원에서 용역직 직원의 계약해지를 추진하고 있다. 보안·주차· 카드·시설미화 직원 등 계약해지 대상만 650명에 달한다. 기간제 계약직 노동자도 해고 대상인데 기상천외한 방식이 동원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10개월 단위로 계약했던 계약직 노동자와 6개월, 3개월로 점차 계약기간을 줄여오더니 아예 계약기간 조차 명시하지 않는 일도 벌어졌다. 자동화 기기가 도입된 대형마트의 계산원은 이미 외주화가 완료됐다. 올해 7월부터 시행되는 비정규직 법안에 대응한다는 게 이랜드그룹의 ‘변명’이다.

기업은 이윤추구가 목적이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계약직 직원의 대량 계약해지나 외주화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거리가 멀다. 그것도 비정규직 법안을 회피하기 위해서라는 배경이 깔려있다면 더욱 그렇다. 비정규직 법안의 취지는 늘어나고 있는 비정규직을 줄이고, 차별을 시정하자는 사회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법안 취지를 이해하고, 솔선수범해야 하는 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을 배제하지 않고, 충분한 협의를 해야 함도 마찬가지다. 언제까지 ‘단기주의식 인력관리와 비합리적인 기업문화’에 기대려하는가.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이랜드그룹이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사진은 아이를 동반한 이랜드노조 한 조합원이 ‘대량 계약해지 반대 결의대회’에 참석한 모습. <글= 편집부, 사진= 정기훈 기자>

<매일노동뉴스> 2007년 5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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