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화된 직원들의 장시간 노동, 살인적인 노동강도 완화를 위해 근무시간 정상화를 어떻게 이뤄낼 것인지, 통합은행 내의 양 조직 출신들에 대한 차별 방지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지가 올해의 과제다.”

금융노조 이용규 조흥은행지부 위원장(사진)은 올해 노사 관계 이슈로 퇴근시간 정상화, 차별 없는 화학적 결합 달성을 일순위로 꼽았다. 이 위원장은 현재 은행노동자들에게 노동의 가치, 노동자의 권리는 완전히 상실된 것으로 진단했다. 하루 8시간의 노동, 8시간의 휴식, 8시간의 수면이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기본적인 것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 위원장은 “근무시간정상화 주장은 노동자의 권리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라는 철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주주이익극대화 논리가 수도 없이 강조되면서, 노동의 가치는 후순위로 한참 밀려나게 됐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현재와 같은 은행 간 과열 경쟁체제에선 근무시간정상화가 신한은행이라는 개별은행 차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산별노조 차원에서 금융노조가 강도 높은 대책을 강구하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문제제기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금융노조가 이 문제에 적극 나서는 것은 산별노조의 현장성 복원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올해 금융노조가 영업시간 단축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영업시간 단축은 일차적으로 제도를 바꿔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현장성을 금융노조가 확보하는 것과 연계되어있다. 금융노조가 현장성 강화를 위한 첫 단추를 여기서부터 꿰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이용규 위원장은 또 신한은행과 구 조흥은행 직원들이 직장 내에서 출신조직을 구분하지 않고, 당당한 주체로서 자긍심을 갖고 직장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데 노조가 주도적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양행 직원 간의 화학적 결합을 위한 환경과 조건을 만드는데 노조가 중심에서 고민하겠다는 설명이다.

이와 같은 의지의 표명은 통합은행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노조의 존재 기반인 조합원들이 한쪽에선 차별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조흥 출신 직원들이 차별받지 않고 있다고 체감할 수 있도록, 후속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용규 위원장은 또 금융노조 교육문화 본부장 등 수년간의 본조 경험을 살려, 현재 금융산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냈다. “정부가 제대로 된 금융산업 정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정부가 정책이 없으니, 외국자본에게 멀쩡한 은행을 줘버리고, 단기업적주의로 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 되고, 금융공공성은 찾아 볼 수 없게 된다.”

금융공공성의 훼손, 주주가치이익 극대화 논리의 만연, 심각한 외국자본의 지배, 은행 간 과다경쟁 유발 등 현재 펼쳐지고 있는 금융산업의 문제가 금융당국의 금융정책 부재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전망이나 대안 없이 시장에 맡겨놓고, 그렇다고 주주들의 전횡을 제어할 방법도 없다. 지금부터 이것을 바로 세워나가야 한다. 금융의 공공성을 주장하는 것을 반시장주의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이용규 위원장이 구상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산업정책이 일차적으로 안출되면, 산업정책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금융이 어떤 역할을 해야 될 것이냐의 관점에서 금융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은행의 수익성과 공익성을 조화시키는 방향에서 국가 전체적으로 금융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시점이라는 게 이 위원장의 판단이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3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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