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수녀님, 밥 좀 짓게 해주세요”라고 호소했던 성모자애병원 노동자들이 이제는 “성당 가기가 두렵다”고 말한다.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소속 기관인 성모자애병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성모자애병원은 지난 2005년 5월 ‘경영 상 어려움’을 이유로 식당 외주화 방침을 세우고 27명의 영양과 직원들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해 노사가 지독한 진통을 앓았다. 3개월 뒤 27명의 영양과 직원들은 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갔지만 오히려 노사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당시 한국순교복자수녀회에서 운영하던 성모자애병원은 그해 9월 166억원의 적자와 함께 천주교 인천교구(교구장 최기산 주교)로 넘어갔다. 노조는 그동안 ‘대화와 협상’ 요구에 찬바람만 불었던 수녀회에서 인천교구로 경영권이 이전되는 것에 반색했지만, 그 후 1년 사이에 220명이던 조합원 수는 89명으로 130여명이 줄었다.

보건의료노조 성모자애병원지부 관계자는 “인천지역 성당에 다니는 조합원들이 줄줄이 ‘더 이상 노조활동 하기가 어렵다’면서 탈퇴서를 제출해 이유를 알아보니 기가막혔다”고 말한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딸이 인천지역 모 성당에서 일하고 있는데 어떻게 아버지가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느냐’는 말을 듣고 탈퇴서를 제출한 조합원이 있는가 하면, 성당에서 도움을 받고 있는 이모를 통해 노조탈퇴 압력을 받은 조합원도 있다. 인천교구를 통해 노조탈퇴 종용이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이뿐 아니다. 성모자애병원지부에 따르면 병원측은 아예 조합원들에게 노조탈퇴서를 직접 배포하면서 노조탈퇴를 종용하거나, 공식회의 석상이나 ‘간호부 전달사항’ 등을 통해 ‘임상병리과에 10명 노조 가입, 노조에 총력을 기울여라’, ‘노조 탈퇴시킬 수 있도록 하라’는 등의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성모자애병원지부는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부당노동행위’ 고발장을 지난 16일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접수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병원측은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다'는 이유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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