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올해부터 의료급여제도의 혁신을 추구하겠다며 발표한 의료급여제도 개정안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2일 그동안 무상으로 의료기관을 이용하던 극빈층에게 소액의 병원비를 부담시키겠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 의료급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대해 사회시민단체는 “의료급여 재정의 급격한 증가는 복지부가 재정추계를 게을리 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이제 와서 그 책임을 의료급여 환자에게 떠넘기겠다는 발상은 가난한 이들에게 치료권마저 박탈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며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복지부는 “의료급여재정의 급증과 관리체계 미비로 의료급여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180만명이 넘는 수급자가 더욱더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맞불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의료급여관리 노동자들이 ‘의료급여제도와 의료급여관리사에 대한 진단 및 개선방안 마련 토론회’를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16일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이번 토론회에서 여성노조 송명경 의료급여관리사지회장은 “복지부가 강자인 의료기관과 보장기관의 문제점은 덮어두고 약자인 의료급여 환자들에게만 칼을 들이대고 있다”고 의료급여 개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또, 의료급여관리사의 불안한 고용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라고 주장했다.

의료급여관리사란?

우리나라에 의료급여제도가 처음 도입된 때는 1977년. 그러나 지난 2004년 정부가 차상위 계층 중 희귀난치성 질환자, 만성질환자와 아동을 의료급여 대상자로 확대하면서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됐다. 아울러 의료급여 진료비도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2001년 1조9,495억원→2005년 3조 2370억원).

이에 따라 의료급여 관리문제가 중요하게 대두되면서 지난 2003년 ‘의료급여관리사’가 처음 등장했다. 간호사들로 구성된 이들의 업무는 초창기에는 의료급여 환자나 진료기관의 부당청구 등을 감시하는 데 머물렀으나 지금은 만성질환자에 관한 교육, 적정 의료이용법, 올바른 약물 복용법, 자가 건강관리법 등에 대한 교육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유시민 복지부 장관이 제기한 의료급여 환자의 도덕적 해이 사례 대부분은 이들 의료급여관리사들이 올린 실적(?)으로, 이들의 주요업무는 연간 10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70일 이상 방문하고 투약일수가 450일 이상인 의료급여 환자나 의료급여 일수가 1,000일 이상인 수급자 가운데 일부를 대상으로 관리하는 일(사례관리)이다. 현재 234개 지자체에 1명씩 배치되어 있는 의료급여관리사들은 전문적 의학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임상경험이 있는 간호사들로 그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8월 이들 의료급여관리사에게 의료급여일수 연장승인업무(중복·과당이용 소견이 발견되는 수급자에 대한 의료급여 제한 조취)도 맡겼다가 시행 6개월 만에 법을 또다시 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약자만 칼 들이대는 복지부”

일선에서 의료급여환자를 가장 가깝게 접하는 의료관리사들은 “의료급여 환자에 대한 제재는 이미 연장승인 강화나 사례관리 등을 통해서 한층 강도를 높이고 있으면서, 왜 갖은 방법으로 의료급여 환자들을 병원에 오도록 유도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세금을 가로채는 의료기관에 대한 제재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느냐”며 복지부를 상대로 따져 묻고 있다. 또한 새로 도입된 본인부담금제(1종 수급권자가 외래 이용 시 1,500원~2,000 부담, 2만원 초과 시 50%, 5만원 초과 시 100% 국가 부담)는 병원을 이용하지 못해 병을 키우거나 아니면 필요 이상으로 많이 병원을 이용하도록 하는 맹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의료급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사업수행기관과 고용주체기관이 다른 이중적인 업무체계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의료급여사업지침시달과 예산은 복지부가, 실제 사업진행은 지자체가 담당하고 있어 의료급여업무 전반에서 효율적인 예산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또 이들은 "1년 단위 계약직 신분으로, 연말이면 어김없이 고용불안에 시달린다"며 고용안정을 촉구햇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유원섭 을지대학 예방의학 교수는 “현행 의료급여 예산을 사회복지 일반회계에서 분리해 건강보험 예산과 통합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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