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설익은 정책 남발과 개혁당사자들의 집단 이기주의 등으로 정부가 공언한 금융기업 구조조정의 연내 마무리 일정이 사실상 물건너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금융 구조조정과 관련, 일정 짜맞추기에 급급한 나머지공적자금 투입은행 처리 계획을 하루아침에 변경, 대외신인도 하락은 물론 금융시장의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여기에다 기업 구조조정의 핵심중 하나인 집단소송제 도입 등 기업지배구조개선계획도 부처이기주의로 사실상 무산된데다 113퇴출기업 발표 후속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기업 구조조정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금융지주회사 설립방안 놓고 갈팡질팡〓정부는 당초 한빛은행에 광주 제주 경남은행 등 지방은행과 평화은행의 합병시키는 방안을 추진해왔으나 4일 이를 갑자기 변경, 우량은행과 지방은행을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합병구도는 주택+광주, 신한+제주, 조흥+경남은행간 결합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 우량은행은 물론 지방은행까지 노조를 중심으로 반발하고 나서 정부가 구상한 제3의 대안마저도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주택은행 고위 관계자는 아직까지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합병제의를 받지는 못했지만 외국인 대주주들이 동의를 해줄지 의문이라며 지방은행과의 합병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광주 제주 경남은행 등 지방은행들도 당초 자신들의 은행만으로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계속 요구하는 등 정부의 방안에 대해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외국인 투자가들도 우량은행과 지방은행간 합병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 구조조정의 연말 완수라는 일정에 쫓긴 채 급조한 합병구상은 정책의 혼선을 빚을 뿐 아니라 우량은행들까지 동반부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량은행간 합병도 답보상태〓정부는 하나한미은행에 합병선언을 독려하고 있으나 이들 은행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한미은행 고위관계자는 정부의 요구대로 당초 11월말까지 하나은행측과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계획이었으나 대주주(칼라일JP모건컨소시엄)측과 협의문제로 계속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칼라일JP모건컨소시엄측은 하나은행과 합병을 선언하기전에 두 은행의 자산실사부터 하자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칼라일측은 최근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하나은행이외에 다른 우량은행과 합병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 은행이 최근 합병방법론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자 칼라일측이 합병에 대한입장을 바꾼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택국민은행도 신한은행 등 후발 우량은행에 합병제의를 하고 있으나 이들 후발 우량은행은 피합병 등을 우려, 시큰둥한 반응이다.

김상훈 국민은행장은 외국인대주주의 가장 큰 관심은 합병 후 주가가 과연 오를 것이냐에 모아지고 있다며 이를 면밀히 분석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 연내 우량은행간 합병은 쉽게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업구조조정 계획도 지지부진〓기업구조조정도 연말까지 마무리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가 추진해오고 있는 기업구조조정의 핵심중 하나인 집단소송제 도입의 경우 법무부의 반대로 연내 입법화가 어려운 실정이다.

또 정부가 부실기업 및 해당 경영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감독위원회에 부실기업주에 대한 조사권을 부여할 계획이었으나 이마저도 당정협의에서 무산됐다.

이와 함께 정부와 채권단의 늑장대응으로 113 퇴출기업 발표이후 후속작업도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당시 정리대상 기업가운데 정부가 매각하겠다고 밝힌 20개 기업 중 매각이 완료되거나 계약이 체결된 기업은 맥슨텔레콤, 대우전자부품, 쌍용중공업 등 3개사에 불과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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