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채용 풍속도가 달라졌다.

기업처럼 과감하게 수시채용 제도를 도입하는가 하면 '두루두루 잘 하는 사람 만들기'에서 '전문가 키우기'로 인사정책이 달라지고 있다.

◇은행도 수시채용 한다=주택은행은 국내 은행중에서는 처음으로 지난5월 수시채용 제도를 실시했다.

수시채용은 인터넷이나 서류로 지원서를 받아 '구직자 집단'을 만든 뒤 나중에 필요한 인력이 생기면 그안에서 뽑는 방식. 주택은행은 수시채용 방식을 통해 지금까지 계약직 직원으로 300여명, 전문직으로 100여명을 뽑았다.

주택은행의 한 관계자는 "사람이 필요할 때 공고 내고 원서 받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고, 원하는 사람을 빨리 뽑을 수 있어 좋다"며 "구직자들도 여러 곳을 돌아다닐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고 밝혔다.

다른 은행들도 수시채용까지는 아니지만 경력직 채용을 늘리고 있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가능하면 내부 사람을 쓰려고 했지만 요즘에는 외부 전문가를 적극 뽑는 추세"라며 "점점 은행간의 벽이 허물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입사원부터 전문가로 뽑는다=은행의 전통적인 인사정책은 '여러 분야를 다 잘하는 사람'을 키우는 것이었다.

덕분에 2~3년 주기로 부서를 바꾸는 순환 보직이 뿌리내렸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은행도 전문가가 대접받는 시대로 바뀌면서 한 부서에 오래 근무시켜 전문가를 만들고 있다.

하나은행은 올 신입사원을 뽑으면서 은행권에서는 최초로 마케팅, 신용카드, 기획, 여신심사 등 전문 분야별로 원서를 받았다.

처음부터 예비 전문가로 입사해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각 부서에 맞는 사람을 뽑기 위해 면접도 해당 부서에서하고 채용된 뒤에는 해당 부서에서만 근무시키기로 했다.

교보생명도 올해 신입 채용에서 전문 분야별로 신입사원을 뽑기로 해 이같은 움직임은 은행을 넘어 전체 금융기관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래도 은행은 들어가기 힘들다=그래도 은행은 '좁은문'이다.

하나은행은 올하반기 50명 모집에 2,300여명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130명 모집에 4,500명이 몰렸다.

국민은행은 아예 추천서를 대학에 돌려 필요한 인력을 뽑았다. 주택은행은오는 9일까지 원서를 받고 있으며, 한미은행도 50~70 명 정도 새로 채용할계획이다. 다른 은행들은 아예 뽑지도 않는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벤처열풍이 꺾이면서 상대적으로 안정되고 복지 수준도 높은 은행에 우수 인력들이 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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