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관계자 "파국 면하려면 정부 해법 내놔야"

이남순 한국노총 위원장의 요즘 심경이 어떤가는 그의 턱수염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지난 24일 전력노조의 파업이 첫 번째 유보될 때부터 기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이 위원장의 짙은 턱수염이 날이 갈수록 그의 얼굴을 검게 만들고 있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수염을 기른 것은) 위원장이 된 뒤 처음 있는 일로 안다"며 "총파업 투쟁을 준비하고는 있지만, 아직 구조조정이나 제도개선 요구와 관련한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니 만큼 심기가 편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한국노총 관계자의 관측은 지난 28일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이 위원장이 대회사를 통해 현 정부를 '성토'한 대목을 연상시킨다.

당시 이 위원장은 "현 정부가 한국노총의 교섭력과 정치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이젠 이 정부에 정이 떨어질 정도"라고 말했다. 다소 감정이 섞인 듯한 이런 발언은 현 정부의 한국노총에 대한 태도를 충분히 짐작케 한다.

노사정위원회 '논의 중단'을 선언하고 총파업 투쟁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정부쪽과의 대화채널을 '봉쇄'하지는 않은 한국노총이었다.

그러나 정부쪽에선 노동계 '동투'에 대해 '강경대응'을 선언하면서 "할 테면 해 보라"는 식으로 일관, 한국노총 역시 투쟁의 강도를 높일 수 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한국노총이 민주노총과의 연대투쟁 수위를 당초 예상보다 높게 잡고 있는 게 이런 정부 태도에 대한 반대급부로 해석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현 정부가 경제 위기설을 유포하면서 또 다시 노동자들에게 희생만 강요하는 상황에서 노동계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투쟁뿐"이라며 "정부가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지 않을 경우 파국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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