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포항건설노조의 파업과 관련 전방위적 지배개입을 한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건설노조뿐 아니라 외주사(하청업체)까지 이어지는 노무관리를 직접 담당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포스코 관련 문서들에 따르면 포스코는 2004년 한국노동연구원에 하도급업체들과 지역건설노조간의 노사관계 효율성을 도모하는 내용의 연구를 의뢰해 건설노조에 대한 대응기조와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포스코, 2004년 한국노동연구원에 노사관계 연구 의뢰

우선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보고서는 ‘합리화 공사에 대한 안정적 수행의 궁극적인 관리 책임을 지고 있는 설비투자계획실의 주도 하에 건설노조와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종합적인 관리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연구보고서는 또 현황진단으로 포스코와 포스코 건설 내의 노사문제 전담부서나 인력이 미흡함을 제기, 정책과제로 △포스코 내 건설산업부문 노무관리 기능강화 △합리화 공사 관련 공동대응체계 구축 및 활성화를 제안하고 있다.

이를 위한 개선방안으로 △포스코 내에서는 설비투자 관리 계획실의 총괄하에 인사, 노무실, 제철소 등 간의 유기적 협의 △노사문제에 대한 책임 명확화를 통해 (포스코) 설비투자계획실은 합리화 공사에 대한 노사문제 대처의 총괄, 기획, 지도, 감독을 하고 포스코 건설은 전문업체들의 노무관리지도감독 지원을 하며, 전문건설업체들은 건설일용근로자의 노무관리 및 대 노조 교섭을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포스코 설비투자계획실이 총괄적인 노사문제를 기획하고 포스코 건설은 전문건설업체들을 지원, 전문건설업체들은 건설일용노동자들에 대한 노무관리 및 대 노조교섭으로 역할 분담을 명시한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보고서는 포스코, 포스코건설, 전문건설업체들 간의 노사문제 공동대책회의 공동교육 상설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포스코→포스코건설→전문건설업체로 이어지는 노무관리

포스코는 이러한 연구보고서를 기반으로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포스코 내 노무관련 부서의 역할 조정 및 포스코의 노무관련 팀을 조직적으로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포스코가 조직인사실 HR연구반에서 작성한 <노사환경 변화에 따른 주요 추진사항 및 향후 대응방안>, <노사담당 조직변경에 따른 업무조정> 문서와 노사협력그룹에서 작성한 <노사정보 보안 실천방안>을 통해 확인된다.

올해 3월 작성된 <노사담당 조직변경에 따른 업무조정> 문서에 따르면, COO, 제철소 CSO의 역할을 분담해 외주사 노사대책을 포함한 전사 노사대책을 추진, 노사 상황발생 시에는 COO 주관하에 ‘노사대책회의’를 운영한다고 명시한 것.

즉 포항건설노조가 올해 임단협에 들어가자 포스코 총괄기획, 대응기조 수립은 ‘조직인사실 HR 연구반, 노무안전부, 노사협력그룹’ 등 포스코 본사 조직이 일괄담당하고 동향 및 대응계획에 대해서는 포스코 본사의 공사팀, 외주지원팀, 섭외부 지역협력팀, 포항제철소 등이 담당해 진행한 것이다.

또 이들 문서에 의하며 포스코 내의 직원 협의회를 동원한 활동까지 진행, 자체 교육과 면담 및 항의서한 게재를 진행하고 이에 대한 보고는 포항제철소가 하는 방식으로 이어지는 전방위적 노무관리 체계를 보여주고 있다.

포스코 하청업체 노무관리 주기적 관리

특히, 포스코는 외주사 사장단에 대해 상시적으로 노무정보를 제공하는 등 일상적 교육을 진행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7월11일 작성한 <외주사 사장단제공 노무정보(11호)>를 살펴보면 외주파트너 사에 대한 소식 및 포항건설노조 파업 동향, 협상의 개념과 방법까지 명시하고 있다.

<노무정보(11)호>에서는 민주노총 산하 외주파트너사의 임단협 상황을 비롯해 한국노총 산하 외주파트너사에 대한 동향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또 <노무정보(11호)>에는 협상의 개념과 방법에 대해서도 ‘협상이란 무엇이며 왜 필요한가’ ‘협상력 결정요인 및 협상전략은’ ‘협상진행 중 필요한 테크닉’이라는 제목하에 일상적으로 외주사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 포스코가 외주사에 대한 협상에 대해서도 개입한 사실을 보여준다.

그외에도 포스코는 복수노조의 이해를 돕기 위해 경총에서 입수한 자료 및 ‘외국 복수노조 사례 및 시사점’ 등을 상시적으로 외주사에 전달했다. 포스코는 매주 이와 같은 내용을 노무안전부에서 직접 담당해 외주사에게 메일로 발송했다.

이외에도 포스코는 외주사 사장단에 대한 정기적인 학습계획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는데, 올해 3월 작성된 조직인사실 HR 연구반 <노사환경 변화에 따른 주요 추진사항 및 향후 대응방안> 문서에 의하면 외주사 임직원의 노사마인드 제고 및 학습조직 문화 확산의 방안으로 경영층에 대해서는 △CEO 및 임원대상 토요학습 도입 △CEO 연구회를 운영, 포항 광양 각 지역별 4개 분야 6개 그룹으로 편성 후 6개월 단위 연구결과 발표 등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 직책보임자의 경우 △노사관계 마인드 및 노무관리 기법 교육(외주사협회 주관, 연간 11회 730명)을 통해 경영여건 이해, 직책보임자의 역할 인식, 커뮤니케이션 등 노무관리 기법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있다.

포항건설노조 파업에 임하는 포스코의 자세

포스코 본사 점거농성이 마무리된 직후 언론에 공개된 포스코 관련 문서들을 살펴보면 포스코가 포항건설노조 파업 무력화를 위해 포항시 등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통해 일사분란한 대응체계를 진행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포스코는 포스코 본사 점거농성 당시뿐 아니라 포항건설노조 임단협 돌입 시기부터 일상적 노무라인을 통해 대응방향을 모색해 왔다는 사실이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포항건설노조가 지난달 임단협 교섭 당시 포스코 노무안전부는 6월14일자로 <포항지역 건설노조 관련사항>이라는 문건을 작성해 △전국건설노조 현황 △포항지역 건설노조 현황 △전문건설협의회 현황 △당사와 건설노조의 관계 △2006년 임단협 진행경과 및 쟁점사항 △최근 주요 이슈 △향후 전망 및 대책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동향 파악을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 노무안전부는 문서 3쪽 ‘전문건설협의회(기계·전기) 현황’에서 전문건설협의회가 건설노조에 대한 대응능력이 다소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한 근거로 공사 공기준수문제로 노조 파업에 무기력한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경영여건상 업체간 경쟁관계에 있어 결집력 부족 및 노조관련 보안유지가 어렵고, 또 업체간 규모 및 지불여건이 상이해 임단협시 공동안 마련이 곤란하며, 특히 지불능력 부족을 이유로 발주사(포스코)와 원청사(포스코건설)에 의존성향이 강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당사와 건설노조 관계에서 포스코는 원칙적으로 노사관계에 있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현실적 이해관계에서 “당사가 포항 및 광양지역의 최대 공사 발주처이고 건설노조 조합원의 주 일터로 근무환경이나 안전 등 상당부분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노조 파업시 당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건설노조와는 노사관계 형태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적시, 포스코가 언론을 통해 실질적 이해 당사자가 아니라는 주장과 상이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포스코는 이 문서에서 건설노조 대응방안과 관련 △당사 관련 불법 행위 시 채증을 실시해 직접 또는 해당업체를 통한 고소·고발 추진 △파업시 공기연장을 통한 강경대응 △포스코건설을 통해 공사업체가 비노조원의 직영인력 확보 및 우선채용 방안 마련 △정보기관과 연계해 플랜트건설노조의 실시간 동향파악을 통한 대응능력 강화 등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정보기관과 연계해 실시간 동향파악을 실시한 사례는 최근 언론보도 등을 통해서 확인된 사항이다.

<매일노동뉴스>가 확보한 자료에서도 ‘열람 후 파기’라고 적혀 있는 <정보상황보고> 문서를 통해 포항북부경찰서가 지난 12일 열린 민주노총 포항지역 결의대회 집회 현황을 오후 1시45분부터 오후 5시50분 행사종료시점까지 7회에 걸쳐 실시간으로 포스코에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포항건설노조가 포스코 본사를 점거하는 극한 상황을 벌이지 않았다 하더라도 포스코는 올해 포항건설노조의 파업에 대비해 자체 노무라인, 지역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통해 철저히 준비해 온 것으로 보여진다.

건설산업연맹 관계자는 “이미 언론에 보도된 대로 포스코는 포항건설노조 사태와 관련 예년과 달리, 공기연장을 해서라도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면서 “이는 포스코가 대외적으로는 협력업체의 처우개선을 표방하면서도 장기적인 노무관리 시스템을 통해 포항건설노조뿐 아니라 외주사들까지도 관할, 주도면밀한 노무관리와 통제를 해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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