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한미FTA 제1차 본협상이 끝났다. 양국의 협상단은 농업, 섬유, 무역구제와 위생검역(SPS) 분과를 제외한 13개 분과에서 통합협정문을 작성했다. 1차 협상 결과와 관련, 정부는 이번 협상이 "양국 이익의 균형과 민감 분야에 대한 상호존중이라는 원칙 하에 기대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 왔다"고 자평했다. 나아가 "협상이 시작된 이상 소모적인 찬반 논란에 우리의 소중한 협상력과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당부를 곁들였다. 아직까지도 정부에서는 소모적인 찬반 논쟁의 근거를 제공한 것에 대한 반성은커녕 이제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파렴치한 주장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결렬을 각오하고 협상 추진해야

오는 7월10일부터 열릴 제2차 정부간 협상에서는 개별품목의 관세철폐 폭과 이행기간을 포함한 상품양허안, 서비스 및 투자 유보안 등 구체적인 양허내용, 그리고 통합협정문 상의 이견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따라서 2차 본협상 이후에는 각 분야의 개방 또는 유보에 대한 선택의 여지는 사라지고 관세율 인하폭과 개방시기만을 결정할 수 있게 되므로 지금 남아 있는 1달여의 시간이 그나마 전체적인 협상의 틀을 재조정할 수 있는 기회이다.

이제는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맞춤형 상품 양허안과 서비스 유보안을 마련, 결렬을 각오하고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유일한 협상전략이 되었다. 이로써 경제적 효과 예측이 가능한 상품무역은 기본적으로 자유화 하는 대신 서비스부문은 제한된 분야에 한해서 매우 선별적으로 개방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농축수산물 중 초민감품목은 양허대상에서 제외하고 관세철폐가 어려운 고관세 민감품목은 최소 10년 이상의 이행기간 확보, 수입에 의존하는 품목에 대해서는 쿼터제등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국내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 해야 한다. 이에 더하여 대미수출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미국의 무역구제제도 발동요건 강화, 역외가공특례를 도입하여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서비스부문에서는 예상치 못한 피해를 줄이면서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도록 GATS의 열거주의 방식(positive approach)에 의한 업종 개방, 투자와 경쟁, 지재권, 환경, 노동부문에서는 국가경쟁력 제고와 무관한 규정과 제도의 과도한 미국화를 방지해야 한다.

농업부문의 완전개방은 늦추는 대신 시장접근 확대

한-싱가포르, 한-EFTA FTA에서 양허된 농산물은 전체 약 1,500여개 품목 중 1,000~1,200개 품목에 불과하다. 쌀, 사과와 배를 포함, 관세율 300% 이상인 94개 고민감품목(참깨 : 630%, 마늘 : 360%, 겉보리 : 324%, 쌀보리 : 300%)과 관세율 300% 이하의 민감품목인 맥주맥, 대두, 단옥수수와 식용감자, 그리고 일부 민감축산물이 양허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또한 한-칠레 FTA에서는 HS 10단위 기준 1,432개 농산물 중 26.0%인 373개 품목(마늘, 양파, 고추, 낙농제품 등)을 DDA협상 타결 이후 재논의하기로 했으며, 21개 품목(쌀, 사과, 배 등)은 양허대상에서 제외하였다.

한미FTA에서는 쌀과 감귤뿐만 아니라 한국의 대미수입량이 많고(100만달러 이상) 미국의 대세계 수출이 많은(1억달러 이상) 양파, 감자, 콩, 쇠고기, 포도, 잎담배, 오렌지, 토마토, 낙농제품 등이 국내 농업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쇠고기와 닭고기, 냉동어류 등도 큰 폭의 수입증가가 예상된다. 특히 수산물의 경우에는 농업부문과 달리 별도의 분과 구성 없이 일반 상품무역에 포함되어 있어 협상 여지가 매우 협소하다.

그러나 미국이 농업 강국인 호주와의 FTA 협상에서 호주산 쇠고기 등에 대하여 최장 18년의 관세철폐 이행기간을 부여하고, 담배류, 설탕류, 낙농품 등 182개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인하 예외품목으로 지정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시 미국은 멕시코에 대해 총 81개 품목을 관세철폐 예외품목으로 지정한 바 있다.

협상팀은 기체결 FTA에서의 경험을 십분 활용하여 농업부문의 완전개방은 늦추고 시장접근을 확대하는 선에서 협상함으로써 농업부문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이에 더하여 농산물 특별세이프가드 도입을 관철시키고 미국의 농축산물에 대한 막대한 보조금을 겨냥,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조업부문은 미국의 무역구제제도와 개성공단 문제 해결에 초점

상품무역분야에서는 미국의 무역구제제도의 발동요건을 강화함으로써 빈번한 수입규제를 배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무역구제제도는 외국물품의 수입으로 국내산업이 피해를 입을 경우 당해 수입물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량제한 등 비관세 조치를 통해 국내산업을 보호하는 제도이다.

미국의 경우 덤핑방지관세제도, 상계관세제도, 세이프가드제도, 불공정무역행위 조사제도, WTO 규범 위반 조사제도 등 다섯가지 유형을 활용하고 있다. 2005년말 현재 한국은 19건의 수입규제조치를 받고 있으며, 최근 20여년간 한국 수출업체가 부담한 상계관세는 373억달러로 대미수출량의 7%에 달한다. 특히 철강과 섬유 등 한국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에 대한 미국의 규제가 집중되고 있으므로 실질적인 대미시장 접근 확대를 위하여 무역구제조치의 발동요건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세번 변경이나 부가가치기준 등 제품의 실질적 변형을 기준으로 한 원산지규정을 적용함으로써 미국의 원사기준(Yarn Forward Rule)이나 섬유원료기준(Fiber Forward Rule)을 무력화시켜야 한다. 또한 통합협정문의 괄호안에 포함됨으로써 일단 논의의 대상이 되었지만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하고 있는 개성공단 문제의 해결은 다른 어떤 사안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또한 자동차세제 개편 등 미국이 요구하는 사항 중 국내법규의 변경을 필요로 하는 사안은 협상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서비스부문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략적 개방원칙 견지

서비스부문의 협상은 재경부의 서비스산업 개방안과 DDA 2차 양허안을 토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는 법률, 회계, 세무, 금융 등 경쟁력이 취약한 분야는 단계적으로 개방하고 교육, 의료, 방송광고판매 등 사회서비스 분야는 공공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부분과 개방할 부분을 분리하는 투 트랙(two track)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155개 서비스분야 중 한-싱가포르 FTA의 한국측 유보부문이 81건에 달한다는 사실은 서비스부문에 대한 전략적 개방의 필요성을 대변하고 있다.

금융을 포함한 서비스부문과 투자는 양허대상을 명시하는 열거주의 방식의 유보안 작성으로 단계적인 개방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의 협정문 초안에 의하면 서비스부문은 원칙적으로 포괄주의 방식 하에 국경간 금융서비스 거래에 대해서만 열거주의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미국은 1987년에 타결된 캐나다와의 FTA 협상에서 서비스부문에 대한 열거주의 방식을 수용한 바 있으며, 한국은 EFTA와의 협상에서 열거주의 방식에 의한 서비스부문 개방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미 협정문 초안을 교환했고 협상의 큰 틀을 변경할 수 없기 때문에 협상팀은 현재유보와 미래유보사항을 담고 있는 부속서를 활용해서 예상치 못한 피해를 예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능하면 현재 유보의 추가규제금지(standstill) 원칙의 적용을 배제하고 법제도의 변경과 공공성의 침해는 수용할 수 없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서비스부문의 협상은 문화산업분야의 ‘문화적 예외’ 규정을 포함하여 자율성의 영역을 넓게 확보하고 현실화 되지 않은 모든 것에 대해서는 유보하거나 DDA 협상 타결 이후 논의 대상으로 지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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