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병원 등 일부 국립대병원에서 시설·청소업무를 담당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위험에 노출돼있어 전면적인 조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임단협 교섭이 난항을 겪고 있는 전남대병원 하청지부(지부장 강신원)는 지난달 30일 광주지방노동위원회 조정회의에서 사쪽의 발언에 귀를 의심했다. 전남대병원과 청소업무 도급계약을 맺고 있는 거산에쓰엔씨의 대표이사는 “병원 청소업무는 전남대병원에서 모든 승낙(잔업, 근무배치 등 총무과, 간호부, 각 부서의 승인)을 받아야 할 수 있고 회사에서 결정할 권한이 없다”며 스스로 불법파견임을 인정하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현재 전남대병원 하청지부는 이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

강신원 전남대병원 하청지부장은 “응급환자가 시시각각 들어오는 병원에서 청소나 시설업무는 원청 관리자의 지휘·감독 없이 하청업체가 독립적으로 하기 힘든 업무”라며 “불법파견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했다. 특히 보일러 가동이나 산소공급, 폐수처리 등을 담당하는 시설업무의 경우 물품구입부터 작업자의 배치까지 병원직원으로부터 직·간접적인 지휘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강 지부장의 설명이다.

한편, 앞서 지난 4월 대구지방노동청은 경북대병원에 전기와 시설 관련 업무가 불법파견 가능성이 있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대구지방노동청 노사지원과 조병돈 근로감독관은 “시설업무의 경우 파견업종이 아닌데도 정규직과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같이 일하고 있어 도급업체의 경영상·노무상의 독립성을 확보할 것을 경북대병원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경북대병원은 그때서야 부랴부랴 하청노동자들의 사무실을 따로 만드는 등 정규직과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업무를 구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구나 최근 들어 대형병원 간의 경쟁이 가열되면서 간접고용 비정규직도 가파른 증가폭을 보이고 있어 이러한 우려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가 2003년 실시한 ‘병원 비정규직 실태조사’를 보면 직접고용 비정규직 규모는 2000년에 비해 1.57배 증가해 전체 인력 중 12.4%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간접고용 비정규직 규모는 같은 기간 2.26배나 증가, 전체인력 중 10.4%에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인 국립대병원에서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비율은 더욱 높은 수치로 나타난다. 2005년 보건의료노조가 조사한 병원 특성별 간접고용 비정규직 비율을 보면, 국립대병원의 경우 14.83%로 사립대병원(6.73%)의 2배, 기타 공공병원(5.44%)의 3배에 이르고 있다. 실제로 2003년 보건의료노조의 국립대병원 간접고용 비정규직 실태조사를 보면 서울대병원 등 9개 국립대병원 모두가 청소업무를 간접고용을 통해 해결하고 있으며, 시설관리업무 역시 강원대를 제외한 모든 병원이 ‘간접고용’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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